듀폰, 충남 천안서 연내 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
삼성·하이닉스, 공급선 다변화·제조단가 하락 등 기대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로 골머리를 앓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 시름 내려놓게 됐다. 글로벌 화학소재 기업인 듀폰(DuPont)이 충남 천안에 2800만 달러(한화 약 324억5200만원)를 투자해 극자외선(EUV·Extreme Ultraviolet)용 포토레지스트(감광제)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존 켐프 듀폰사(社) 사장이 개별면담을 거쳐 듀폰의 EUV용 포토레지스트 한국 투자를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 2800만 달러 투자로 연내 EUV용 포토레지스트 양산 돌입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에 지난해 말 완공한 EUV 공정라인에서 이 제품을 이용해 7나노미터(nm)급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양산 제품에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사용하진 않지만 이를 이용한 EUV 공정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일본이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한 반도체 소재·부품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따라 듀폰은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충남 천안에 2800만 달러를 투자해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개발·생산한다.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연마할 떄 사용되는 CMP패드 생산공장도 함께 만든다. 천안에 있던 기존 불화크립톤(KrF), 불화아르곤(ArF) 생산공장에 EUV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듀폰은 천안에 가진 기존 땅과 공장을 활용하고 동시에 새로운 땅을 매입해 공장을 신축하는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산업부와 듀폰은 연내 양산을 시작해 이번 투자로 EUV용 포토레지스트 2500갤런 생산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국내생산, 수급리스크 줄이고 반도체 제조원가 낮추는 데 효과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은 반도체 소재·부품 수급처 다변화를 위한 전기를 맞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재 이후 포괄허가취급요령을 일부 개정하면서 사실상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었다"면서도 "앞으로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어 반도체 소재의 공급안정성이 중요한데 국내에 생산라인이 구축되면 안정성이 대폭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듀폰은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지만 국내 생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국산'이 되기 때문에 수급리스크를 더 줄일 수 있다.
생산공장이 국내에 지어지면 공급선 다변화 외 다른 이점도 생긴다. 반도체 제조사와 소재업체간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해지고 운송 편의성이 증대돼 반도체 생산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듀폰, 품질력 높아 실제수급 가능할 것"…공정 적용까진 수개월 소요
듀폰 역시 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산에 앞서 개발도 함께 진행하는 이유다. 하지만 듀폰이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만큼 국내 반도체 제조사의 실질적인 소재 수급처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국내 소재기업들이 EUV용 포토레지스트 양산을 위한 개발에 돌입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기술장벽이 높아 실질적인 수급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품질 리스크 때문에 국내 소재업체의 제품을 사용할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며 "듀폰도 EUV용 포토레지스트 산업에는 이제 진입한 셈이지만 회사의 기술력을 봤을 때 양산품의 품질이 단기에 확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에서 만든 듀폰의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실제 공정에 투입하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요구되는 제품의 스펙을 맞추기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돼야 하고 수율을 맞추려면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듀폰의 EUV용 포토레지스트가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지는 추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