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도 노조에 출근 막혀, 금융연수원서 집무보며 예의주시
노조 투쟁 장기화에 직원들 피로감, "은행 인사·영업도 차질"
"임명절차는 법적문제 없어, 노사대화 통한 합리적 방안 필요"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지난 3일 임기가 시작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에 막혀 본점에 입성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윤 행장을 "낙하산은 물러가라"며 매일 아침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윤 행장의 임명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의 결과로 금융권에선 노조가 대화에 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행장은 전일에 이어 9일 오전에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출근하지 않았다. 두 번째 출근을 시도한 지난 7일 노조에 막혀 3분만에 현장을 떠난 후 당분간 노조와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출근을 자제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그는 금융연수원에 마련한 임시사무실로 출근해 집무를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01.03 mironj19@newspim.com |
노조는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하고 있다. 행정고시 27회인 윤 행장은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서기관,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산업경제과장,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두루 역임한 경제관료 출신이다.
기업은행은 2010년 12월 처음으로 내부출신인 조준희 행장이 취임한 후 권선주, 김도진 행장까지 3연속 '내부출신 은행장'을 배출했다. 내부출신 은행장을 배출한 전통이 10년만에 깨진 것이다.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윤 행장 임명 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에도 낙하산은 없었다"며 "낙하산 고집은 현 집권세력의 자기모순"이라고 질타했다.
노조가 내세운 명분은 민주당과 금융노조가 체결한 정책협약을 깨뜨렸다는 점이다. 2017년 양측은 '대선승리를 위한 정책협약'을 맺었다. 정책협약서에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한다'는 내용이 상단에 적시돼있다. 서명자는 윤호중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정책본부장,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다.
이를 근거로 노조는 청와대, 민주당의 공식사과를 윤 행장과의 대화 선행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낙하산 근절 약속을 파기한 청와대, 집권여당이 왜 이렇게 됐는지 사과하고 대책을 가져와야 한다"며 "(윤 행장과의) 대화는 그 이후의 일"이라고 밝혔다. 처음 '자진사퇴' 요구보다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윤 행장 임명에 대한 투쟁 수위가 높다.
하지만 정책협약서는 '약속'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 윤 행장이 외부출신이라는 점에서 논란에선 자유롭지 못하긴 해도, 사실상 임명 절차에 법적인 문제도 없다.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에 따르면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해 대통령이 임면한다. 기업은행 지분구조도 기획재정부 53.2%, 산업은행 1.8%, 수출입은행 1.5% 등으로 정부가 최대주주다. 윤 행장의 임명이 철회될 가능성이 낮은 것.
이에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 노사가 갈등을 하루빨리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작은 노사 간 대화다. 윤 행장은 임기 시작 후 노조와 수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에 정부가 선택한 인사가 가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윤 행장이 결국 업무를 수행할 것이기에 (이러한 갈등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에선 업무상 차질을 토로하고 있다. IBK연금보험, IBK시스템, IBK투자증권 등 자회사 대표들은 임기가 지난달 만료됐음에도 인사가 늦춰져 여전히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또 윤 행장이 본점 밖에 있어, 업무보고도 신속성 등의 측면에서 온전하진 않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경영공백은 노조에서도 어느정도 인정했다.
물론 윤 행장도 노사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한다. 임명 후 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윤 행장의 출근을 막기 위해 노조원 100여명이 을지로 본점에 집결했다. 윤 행장에 대한 반발이 그만큼 적지않다는 이야기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임명에 법적인 문제가 없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노조의 주장도 맞는 말"이라며 "다친 구성원들의 마음을 적극 다독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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