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참전명예수당 32만원...이병 봉급은 40만원
사병 월급 25배 올랐지만...명예수당은 6배
최저생계비 50% 수준 수당 요구 법안은 9년째 무산
"참전용사 병원에서 살아...의료비 지원 100% 절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6·25 전쟁 및 월남전에 참전하고 전역한 참전용사에게 지급되는 수당이 올해에도 일반 사병 봉급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인상률이 매년 1만원~3만원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소한 1인 가구 최저생계비 50% 수준으로 수당을 올려달라는 요구는 9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 사병 월급보다 적은 '참전명예수당'
7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2020년 참전명예수당은 지난해 대비 2만원 상승한 월 32만원이다. 참전명예수당은 6·25 전쟁이나 월남전쟁에 참전하고 전역한 참전유공자에게 매월 지급되는 수당이다.
반면 올해 사병 봉급은 지난해 대비 33% 올랐다. 월 40만5700원을 받던 병장은 올해부터 54만9000원을 받는다. 이병 봉급은 30만6100원에서 40만8100원으로 올랐다.
[맨체스터 로이터=뉴스핌] 전솔희 인턴기자 = 7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3D 프린터로 출력한 참전 용사 모형의 플라스틱 피규어가 전시됐다. '영웅 돕기(Help for Heroes)' 자선단체는 지난 20년간 의병 제대한 참전 용사들의 수를 조명하기 위해 총 4만 개의 피규어를 출력했다. 2019.10.07. |
국가보훈처는 국가에 헌신한 참전유공자 명예를 기리기 위해 2002년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70세 이상 참전유공자에게 참전명예수당을 지급해 왔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참전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개정, 참전명예수당 지급연령을 65세로 확대했다.
액수도 적지만 인상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2002년 당시 참전명예수당은 월 5만원이었다. 매년 월 1만원~3만원 인상되는 수준에 그쳤고, 강산도 두 번 바뀌는 19년이 지나서야 6배 정도가 증가한 32만원이 됐다.
이는 사병 봉급 인상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치다. 참전명예수당이 처음 마련된 2002년 이병 봉급은 1만6500원이었다. 올해 봉급이 40만8100원이므로 19년 동안 25배 늘은 셈이다.
◆ 별도 지자체 수당 있지만...의무사항 아니야
참전유공자들은 국가보훈처에서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 외에도 각 지자체별로 별도의 참전명예수당을 받고 있다.
액수는 지자체별로 다양하다. 지난해 9월 1일 기준 서울시는 월 10만원의 참전명예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각 구별로도 10만원씩 지급되고 있어 서울시 전체 참전명예수당은 20만원이다. 그밖에 부산시는 18만원, 광주시는 14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그러나 이는 법률에서 정한 의무사항은 아니다. 지자체가 참전명예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언제 지원이 끊겨도 반발할 수 없고, 더 올려달라고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6·25 참전 유공자회 관계자는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게 아님에도 지자체에서 별도로 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불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며 "어르신들은 지자체보다는 국가에 대한 원망이 크다. 국가는 해줄 수 있는데도 안 해주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 최저생계비 50% 보장해 달라는 법안은 9년째 '무산'
참전용사들은 참전명예수당을 1인 가구 최저생계비 50% 수준에 맞춰달라고 요구해왔다. 인상률 역시 물가상승분 연계가 필요하며 의료비 100% 지원 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의료비 100% 지원은 참전용사에게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참전용사들은 본인 부담 진료비의 90%만을 지원받고 있다. 보훈병원이 아닌 위탁병원일 경우 75세 이상 비급여와 원외 약제비는 지원이 불가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이같은 요구를 담은 개정 법률안이 2011년 국회에 상정됐으나 심의조차 하지 못한 채 국회가 마감됐다.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정무위 법안심의 소위에 계류됐다.
20대 국회에서도 법안 통과는 깜깜 무소식이다. 올해 4월 총선 이후 구성될 21대 국회에서도 참전용사들은 같은 내용을 주장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6·25 참전 유공자회 관계자는 "참전용사 어르신들은 수당에 대한 불만을 어느정도는 다 가지고 있다"며 "총선이 끝나면 다시 관련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