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등 비소식에 안도도 잠시…추가 폭염 예보에 산불 불안 '진행형'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호주 산불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 규모도 곳곳에서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시드니 지역에 6일(현지시각) 기다리던 비 소식이 전해지긴 했지만 이번 주말 기상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여 전문가들은 '대형 산불(mega fire)'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호주 산불 피해 상황에 따르면 이번 산불 시즌 중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최소 24명이다. 이 중에는 자원 소방대원들도 있으며, 한 남성은 강풍으로 인해 10t 트럭이 뒤집어지면서 목숨을 잃었다.
호주에서 역대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남겼던 산불은 지난 2009년 빅토리아주에서 발생했던 산불 사고로, 당시 173명이 목숨을 잃고 500명이 다쳐 '검은 토요일(Black Saturday)'로 기록됐다.
산불 연기로 뒤덮인 캔버라 인근의 숲에서 캥거루 한 마리가 뛰어다니고 있다. 2020.01.05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산불로 전소된 토지는 1000만 헥타르(약 10만㎢)가 넘는다. 서울시의 160배 정도가 되는 면적이 불에 타버린 것이다. 피해가 가장 심한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만 500만 헥타르(약 5만㎢)에 달하는 임야가 재로 변했고, 빅토리아주에서는 110만 헥타르(약 1만1000㎢)가 소실됐다.
호주 산불 면적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캘리포니아 산불 사태 피해 면적을 가볍게 웃도는 수준으로, 재작년 캘리포니아 산불 당시에는 170만 에이커(약 6880㎢), 작년에는 26만 에이커(약 1052㎢) 정도의 토지가 불에 탔다. 또 시드니 북서쪽에 위치한 고스퍼스 산에 발생한 산불은 홀로 51만2000헥타르(약 5120㎢)를 불태웠는데, 이는 싱가포르 면적의 7배에 달한다.
시드니대학은 작년 9월부터 지속되는 호주 산불 사태로 NSW주에서만 4억8000만 마리에 달하는 동물들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했다. 대학 측은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중 산불로 직접적으로 희생된 숫자와 앞으로 식량 고갈 및 생태계 파괴로 목숨을 잃게 될 동물들의 수치를 아주 최소한으로 집계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산불은 호주의 대표적 동물인 코알라에게 특히 위험이 되고 있는데, 당국은 코알라 서식지의 최대 30%가 파괴됐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호주 산불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는 산불이 진행 중인 만큼 아직 최종 수치를 단정짓기는 어려우나, 호주보험협회는 산불 관련 보험 청구 액수가 4억3100만 호주달러(약 35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컨설턴트업체 SGS이코노믹스 앤 플래닝은 시드니 경제가 이번 산불 및 산불 연기 피해로 매일 최대 5000만 호주달러(약 406억 원)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추정했다.
뿐만 아니라 NSW주에서는 주택 1400채 정도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으로 폭염이 더 기승을 부리고 가뭄도 지속될 예정이어서 산불 피해 규모는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