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더 났겠다...얼굴 X같이 생겼네"
직장인 60% "법 시행 이후 변한 것 없다"
"직장 내 갑질 방지 교육 필요해"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직장인 A씨는 "상사한테 욕설을 들어도 이제 아무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항상 '나는 감정 쓰레기통이다'는 생각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직장 상사로부터 "지나가는 고등학생 데려다 일시키는 게 낫겠다"는 모욕부터 "X발. 얼굴 X같이 생겼네"라는 욕설 등을 꾸준히 들어왔다.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6일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0월부터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전체의 60.8%나 됐다. 괴롭힘이 줄었다는 응답은 39.2%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모욕은 대표적인 직장 내 갑질 중 하나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226건을 살펴본 결과 11.9%인 27건이 모욕과 관련된 제보였다"고 밝혔다.
직장인 B씨는 직장 상사로부터 "B씨는 신입이랑 일하는 능력이 다른 게 뭐냐", "네 업무 수준은 대학생 수준"이라는 말을 들었다. 상사는 B씨에게 다른 팀원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수행하지 못한 업무를 크게 읽어보라고 시키기도 했다.
B씨는 "욕은 하지 않는데, 너무 모욕감지 느껴지고 수치스럽다"며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 매일 만날 때마다 무시하는 듯한 태도와 말투에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됐음에도 직장 내 갑질이 여전한 것은 사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법 시행 전후에 관련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전체 31.2%에 그쳤다. 교육을 받은 적 없다는 응답은 68.8%였다.
직장갑질 예방 교육 이행은 공공기관이 59.7%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국내 대기업(46.6%), 국내 중견기업(32.3%), 국내 중소기업(22.2%), 영세 개인 사업자(10.1%) 순이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대기업이 교육을 하지 않은 중소영세기업에 비해 괴롭힘이 상당히 줄었다는 응답 결과는 근로기준법에 예방교육을 명시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hakj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