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저지에 출근 9분만에 발길 돌려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출근 첫날 본점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노조와 9분간 대치한 그는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긴 후 현장을 떠났다.
윤 행장은 3일 오전 8시28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나타났다. 출근을 위해 후문으로 향했지만 곧 노조에 막혔다.
기업은행 노조, 금융 노조 등 100여명은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이들은 윤 행장의 출근을 막기 위해 1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노조 간부들은 윤 행장이 선임된 전일부터 본점에서 밤을 지새웠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기업은행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낼 자격이 없다. 민주당도 낙하산 인사는 독극물이라고 했다"며 "윤 전 수석은 자진사퇴하고 야인으로 돌아가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윤 행장은 착잡한 표정을 지은 채 "노조가 우려하는 부분을 알고 있고, 잘 듣겠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제26대 IBK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2020.01.03 pangbin@newspim.com |
이어 윤 행장은 "함량미달 낙하산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1만4000명 가족들의 일터인 기업은행을 튼튼하게 만들고 열심히 키우겠다"고 밝혔다.
노조와 대치가 이어지자 윤 행장은 결국 "고생 많았다. 다시 오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자진사퇴 여부에 대해 "제가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다"라며 "계속 잘 듣고 (노조와) 말씀을 나눠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떠난 시각은 오전 8시37분이었다.
노조의 윤 행장 출근저지 투쟁은 총선 전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파업도 임금문제와 연계해 고민할 방침"이라며 "낙하산 근절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게 투쟁 수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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