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 성격·신분·범죄 공모 소명정도 등 고려"
검찰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 확대 '제동'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비위 의혹을 청와대에 제보하는 등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송병기(58)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이 불발됐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병기 부시장의 구속전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 결과 구속영장을 전날 기각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받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31 mironj19@newspim.com |
명재권 판사는 이날 밤 11시50분께 "공무원 범죄로서 이 사건 주요 범죄의 성격, 사건 당시 피의자의 공무원 신분 보유 여부, 피의자와 해당 공무원의 주요 범죄 공모에 관한 소명 정도 등을 고려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송 부시장 측 변호인은 같은날 구속심사 종료 후 송 부시장이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고 밝혔다. 또 심사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가 6개월이어서 이미 기한이 만료돼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소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심사를 앞둔 오전 10시 2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으나 혐의 인정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법정으로 들어갔다.
앞서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작년 12월 26일 송 부시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시장을 당선시킬 목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송 부시장은 선거를 앞두고 당시 야당 후보였던 김기현 전 시장의 측근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문모 행정관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방경찰청은 해당 첩보를 청와대로부터 전달받아 같은해 3월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이후 지방선거에서는 김 전 시장이 낙선하고 송 시장이 당선됐다. 찰은 이같은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하면서 최근 청와대의 선거개입을 의심하고 수사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송 부시장의 업무 수첩 등에는 송 부시장이 지난 2017년 10월 청와대 인사들과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선거 전략 등을 논의한 정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당 수첩에는 송 시장과 당내 경선 경쟁관계에 있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이름 옆에 경선 포기 대가로 자리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내용과 '임동호 제거'라는 문구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도 수첩에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달 6일 울산시청과 송 부시장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압수수색 당일과 다음날 이틀에 걸쳐 송 부시장을 소환조사했다. 또 같은달 20일에도 송 부시장을 불러 조사했다.
송 부시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업무 수첩은 자신의 개인적 생각을 적은 일기 형식의 메모장일 뿐이라며 의혹에 반박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송 부시장의 신병 확보를 토대로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하려던 검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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