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 승진 3명, 신임임원 19명 등 총 58명 승진
CJ "철저한 '성과주의' 적용"...임원 세대교체 실시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이재현 CJ 회장이 비상경영을 선포한 그룹 '쇄신'을 위한 인사를 단행했다. 한 달여간 고민을 끝내고 나온 이번 인사는 통상 시기에 비춰 한 달이 넘도록 늦춰지면서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회장이 인사안을 거듭 반려하면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 중인 CJ그룹은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30일 실시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58명 임원이 승진하는 등 임원 규모를 전년(77명)보다 대폭 줄이고 외부에서 대표이사를 영입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그룹] 2019.12.30 hj0308@newspim.com |
신임임원은 19명이 배출됐으며 예년에 비해 축소된 규모이다. 평균 연령은 45.3세로 지난해(47세)보다 낮아졌다.
또한 CJ는 정기임원인사와 함께 지주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실을 폐지하고 팀제로 전환하는등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했다.
CJ 관계자는 "2020년은 그룹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해로 사업별 초격차 역량 확보 및 혁신성장 기반을 다질 중요한 시기"라며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금번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 CJ제일제당·CJ ENM 새 얼굴...강신호·차인혁 부사장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로는 강신호 총괄부사장(58)을,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겸 그룹 CDO(Chief Digital Officer)에 차인혁 부사장(53)을 각각 내정했다.
CJ올리브영 구창근 대표(46)와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51), CJ대한통운 윤도선 SCM부문장(56)을 각각 부사장대우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강신호 CJ제일제당 신임 대표이사는 2018년부터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지내며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K푸드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하고, HMR 등 국내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한 성과를 인정받아 이번에 제일제당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전임 대표이사 신현재 사장(58)은 CJ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R&D 경쟁력 강화와 인재발굴에 힘쓰기로 했다.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신임 대표이사는 SK텔레콤 IoT사업부문장과 DT(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 추진단장 등을 지내고 지난 9월 CJ그룹에 영입됐다. 오랜 기간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그룹 전반의 DT전략 및 IT 신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CJ올리브영 구창근 대표이사는 외국계 브랜드와의 경쟁 속에 토종 '헬스앤뷰티 스토어'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며, 중소 K뷰티 업계와 상생의 산업 생태계를 공고히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왼쪽부터)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총괄부사장,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부사장.[사진=CJ] 2019.12.30 hj0308@newspim.com |
◆ 여성 임원 약진...유리천장 뚫는다
승진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여성 임원 발탁 기조는 이어졌다. 특히 신임임원 중 4명이 여성으로 전체 신임임원의 21%에 달했다.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이사의 경우 '호텔델루나', '아스달 연대기' 등 웰메이드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기로 K드라마의 확산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CJ 여성임원 중 내부승진으로 부사장까지 오른 사례는 최대표가 처음이다.
또 영양사 출신으로 뛰어난 영업실적을 낸 CJ프레시웨이 배수영 FS본부장(45), 영화상영관을 복합문화공간(컬처플렉스)으로 탈바꿈하는데 기여한 CJ CGV 박정신 신성장담당(45) 등이 승진자 명단에 포함됐다.
CJ 관계자는 "신임임원 여성비중이 20%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여성 리더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확산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체 승진 임원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16명은 해외본사 및 각 사 글로벌 부문에서 나왔다.
(사진 왼쪽부터) 정종환 부사장 대우, 이경후 상무. [사진=CJ] |
◆ CJ그룹 출구전략은 '쇄신'...경영승계 작업도
CJ그룹은 내년 목표를 '수익성 강화'와 '계열사 책임 강화'로 두고 있다. 그동안 지향해 온 빠른 속도의 외적 성장을 과감히 버리고 투자 계획도 모두 보류, 중단한 상태다.
올해 CJ그룹은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하락,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 자산을 잇달아 매각해 급한 불은 껐지만 수익성 회복을 위한 내실 다지기가 절실하다는게 이재현 회장의 판단이다.
앞서 CJ그룹은 최근 부동산과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등을 통해 1조4000여억원 자금을 확보했다. 유동성 확보가 시급했던 CJ제일제당은 이 달 9일 총 4건의 자산 유동화를 매듭지으며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CJ제일제당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면서 최우선 과제인 차입금 상황을 통한 재무건전성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휴 공장부지 유동화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무구조 강화에 나서고 경영의 패러다임도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에 방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사위인 정종환 상무만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 상무는 CJ 미주본사 대표, 부사장 대우로 승진했다.
정 신임 부사장은 2010년부터 CJ 미국지역본부 소속으로 일해왔다. 지난 2017년 3월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상무와 나란히 상무 대우로 처음 임원직에 올랐으며 8개월 만에 상무로 고속 승진했다.
이 회장 아들인 이선호(27) CJ제일제당 부장은 보직에 변화가 없다. 최근 마약 밀반입 등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 인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전체 승진 임원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16명은 해외본사 및 각 사 글로벌 부문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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