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에게 보낸 캘린더에 사인과 올해 평균타수 '69.9399' 첨부하며 의지 드러내
2020년 JLPGA투어 상금왕 재도전 의미인 듯…도쿄올림픽 출전권과는 거리 있어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나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지애(31)가 최근 지인들에게 보낸 2020년 캘린더의 뒤에 써붙인 말이다. 그 옆에는 자신의 사인과 함께 '69.9399'라는 숫자도 적혀 있다. 69.9399는 신지애가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기록한 라운드당 평균타수다.
JLPGA 홈페이지에 따르면 1968년 투어가 상금과 평균타수를 산출한 이래 시즌 평균타수 60타대를 기록한 선수가 나온 것은 올해 신지애가 처음이다.
26일 JLPGA투어 홈페이지에 실린 글을 보면 신지애는 지인들에게 '나의 꿈은 아직 안 끝났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 꿈이 JLPGA투어 상금왕이 되는 것인지,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인지는 자신만이 알 것이다. [사진=JLPGA] |
신지애는 올시즌 JLPGA투어 27개 대회에 출전, 3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3위를 기록했다. 총 86라운드 중 60타대 스코어는 42회, 70타대 스코어는 44회 나왔다. 두 번에 한 번 꼴로 60타대 스코어를 냈다.
86라운드 중 언더파는 57회였고, 이븐파는 11회, 오버파는 18회 기록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63타다. 지난 4월28일 후지 산케이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63타를 치며 전날까지 선두와 7타차 격차를 극복하고 역전 우승했다.
신지애는 26일 투어 홈페이지에 실린 글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샷은 없다. 스트로크마다 집중했기 때문이다. 모든 샷과 퍼트를 진지하게 했다."고 말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시즌에 임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투어 홈페이지는 신지애가 올해 통역을 거치지 않고 말하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전한다. 그러나 신지애는 "팬들은 내 목소리로 직접 얘기하는 것을 듣고싶어한다. 내 마음에 있는 말을 그대로 전달하기엔 이르다. 일본말은 아직 멀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0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신지애의 올해 최대 목표는 투어 상금왕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자골프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3개 LPGA투어 상금왕을 섭렵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는 상금랭킹 1위를 달리다가 시즌 말미에 스즈키 아이, 시부노 히나코에게 역전당했다.
신지애는 "올해 JLPGA투어에 훌륭한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며 "경쟁자가 있으면 내가 더 커질 수 있다. 투어를 강하게 하는 일이라면 차근차근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신지애는 1988년4월생으로 내년에 32세가 된다.
JLPGA투어에서는 처음 시즌 평균 60타대 스코어가 나왔지만, 미국LPGA투어에서는 올해만 해도 고진영(69.062타)부터 카를로타 시간다(69.943타)에 이르기까지 10명이 평균타수 60타대를 기록했다. JLPGA투어가 미국LPGA투어를 따라가려면 더 발전해야 하는데, 그 선도 역할을 신지애가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지애는 JLPGA투어에 본격 합류한 2014년 이후 올해까지 6시즌동안 상금랭킹 5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2016년과 2108년엔 2위를, 2015년과 올해는 3위를 했다.
그가 지인들에게 써보낸 '꿈'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2020년 JLPGA투어 상금왕인지, 한국 대표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인지는 본인만 알겠다.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할 뿐이다.
신지애의 현재 세계랭킹은 24위로 한국선수 가운데 열 번째로 높다. 6개월안에 올림픽 출전권인 상위 4명안에 드는 것은 힘들어보이기 때문이다.
신지애는 지난 18일 JLPGA투어 2019시상식에서 영예상을 받은 후 "오늘은 기쁘게 보내겠지만 내일부터는 진지하게 내년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신지애의 2020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