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은퇴대국, 불계승...예상치 못한 수에 버그성 실수
[편집자] '바둑판의 풍운아' 이세돌 9단이 현역에서 물러납니다. 상대의 의표를 찔러 난전을 즐겼던 승부사. 평범을 거부했기에 인공지능(AI)을 극복한 세계 유일의 기사. 은퇴 이벤트도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AI와 의 재대결. 구글 '알파고'와 대결후 3년9개월만입니다. 국내 기술진이 만든 '한돌'과 세 판을 둡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세돌과 한돌의 대결'을 두 가지 측면에서 조명합니다. 인간과 AI의 두뇌싸움이란 측면과 알파고(구글)와 한돌(NHN)의 AI기술 대결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예상을 깨고 이세돌 9단이 '한돌'에게 승리했다.
예상대로 '접바둑'이 변수로 작용했다. 한돌은 그간 호선(맞바둑)으로만 학습돼, 2점 접바둑에선 명성에 걸맞지 않는 초보적인 수준을 나타냈다.
알파고와 한돌의 실력 차이도 컸다. NHN 측이 "예상치 못했다"고 밝힌 승부처 '78수'를 놓고 이세돌 9단이 "프로기사라면 너무 당연한 수"라고 말했다. 한돌이 버그성 실수를 했다는 의미다. 이 9단은 3년9개월 전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프로기사라면 절대 받으면 안되는 수를 받아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변칙 공격으로 알파고의 실수를 이끌어냈다는 얘기다.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이세돌 은퇴대국에서 92수끝 흑 '불계승'을 거뒀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이세돌 9단이 은퇴대국에서 인공지능(AI) '한돌'과의 1국을 끝낸 뒤 인터뷰 하는 모습. 김효정 프로기사(왼), 이창율 NHN 게임AI팀장(오). [사진=김지완 기자] 2019.12.18 swiss2pac@newspim.com |
◆예상대로 2점 '접바둑'이 변수로 작용..."승률 8%부터 끌어오리는 과정 순탄치 않아"
사내 별명이 '한돌 어머니'인 송은영 NHN GB기획팀 팀장은 "한돌은 호선(맞바둑)으로만 트레이닝(학습) 했고, 접바둑으로 서비스를 해 본 적도, 트레이닝 된 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세돌 9단은 대국 직후 프로기사 이후 접바둑은 처음이라 고백했다. NHN도 공식석상에서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접바둑을 두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장에선 접바둑 해설이 난생 처음이라는 말도 나왔다. 일반적이지 않은 접바둑을 인공지능이 준비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
'한돌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창율 NHN 게임AI팀장은 "실무자로서 고민이 많았다"며 "호선 대회를 나가기 위해서도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2달이란 짧은 시간만으론 생소한 접바둑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경기패배 직 후 이 팀장은 "변명이라면 변명이겠지만, 머신러닝이라는게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승률이 올라간다"며 "2점 접바둑뿐만 아니라, 3점 접바둑까지 동시에 준비하다보니 한 곳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전체적으로 학습량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NHN 측은 이세돌 9단과의 은퇴대국에서 급하게 접바둑을 선보이긴 했지만, 실제 서비스는 트레이닝과 학습을 거친 뒤 내년 하반기에나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만큼 이번 접바둑 대국이 NHN에겐 도전이었던 셈이다.
이 팀장은 "호선에선 경기시작 전 '백'의 승률이 54~55% 수준인데, 2점 접바둑에선 8%에 불과했다"며 "승률 50%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에선 어디가 더 좋은 수인지에 대한 가치 판단이 어렵다. 초기엔 아예 한돌이 동작을 하지 않았다. 승률 8%부터 끌어올리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말했다.
◆ 이세돌 9단 "알파고·한돌 모두 78수가 승부처? 상황 판이하게 달라"
이세돌 9단은 "승부처가 된 곳이 알파고 때나 한돌이나 모두 '78수'인 건 동등했다"며 "하지만 알파고 때는 정상적이라면 받으면 안되는 수를 받은 것이고, 한돌은 프로기사라면 너무 당연한 수"라고 설명했다.
이 9단은 "개인적으로 허무하다"며 "한돌이 시간이 없겠지만, 2~3국에선 한돌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창율 팀장은 "한돌이 78수에서 무너졌다"며 "그 전까지 한돌 승률이 계속 오르고 있었는데, 78수 이후 승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한돌은 이세돌 9단의 78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의 알파고와 대국 경험도 빛을 발휘했다.
이 9단은 "2점 접바둑에서 수비적으로 바둑을 두면 불리하다"고 운을 뗀 뒤 "2점 접바둑과 AI라는 특성을 감안해 수비적으로 두는게 조금 더 승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승리 비결을 밝혔다.
NHN 측은 이세돌 9단 승리로 3점 접바둑이 무산된 것에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세돌 9단이 1국에 패배하면 2국은 3점 접바둑, 3국은 4점 접바둑으로 진행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 9단이 2점 접바둑에서 승리하면서 내일 열리는 2국은 호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창율 팀장은 "2점 접바둑은 어느 정도 승률을 말할 수 있다"며 "3점 접바둑은 어제까지 대국 방식을 바꿔보려 여러 테스트를 했다. 확정된 게 어제"라며 준비과정을 털어놨다.
그는 "내일은 호선으로 대국이 이뤄진다"며 "시스템 문제가 없는지 안정성 위주로 확인해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 좋은 결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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