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 트레이더와 투자은행(IB) 업계가 2020년 뉴욕증시에 대해 일제히 우울한 전망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S&P500 지수의 하락 리스크 헤지에 잰걸음이고, IB 업계는 약 11년간 이어진 뉴욕증시의 강세장이 내년 종료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무엇보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리스크가 투자 심리를 흐리는 요인이다.
여기에 뉴욕증시보다 해외 주요 증시의 상대적인 강세 기대가 투자자들의 비중 축소 및 하락 베팅의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10일(현지시각) BTIG에 따르면 S&P500 지수의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대비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의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파생상품 트레이더들 사이에 내년 12월 주가 하락을 겨냥한 베팅이 봇물을 이룬 결과다. 11월3일 치러지는 미 대선 후 1개월 사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점치는 셈이다.
엘리자베스 워렌(메사추세츠, 민주)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민주) 상원의원 등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민주당 후보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에 월가가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줄리안 에마뉴엘 BTIG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 이후 비즈니스에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이 동원되거나 중국과 정치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며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모든 트레이더들이 대선 이후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트레이더들의 풋옵션 거래가 12개월물에 집중된 것은 대선과 강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별도로 월가의 IB 업계는 내년 대선 전후로 뉴욕증시의 하락을 점치며 비중 축소 전략을 권고하고 나섰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닐 드웨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N의 칼럼에서 "2020년 대선 이후 주가가 하락 압박을 받을 전망"이라며 "뉴욕증시가 장기 강세 흐름을 연출하며 투자자들에게 쏠쏠한 수익률을 안겨줬지만 내년 주가 흐름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 전후 정치적 리스크가 고조, 경기 침체 위기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해외 증시에 대해 뉴욕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데 월가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S&P500 지수가 연초 이후 25%의 상승 기염을 토한 가운데 주요국 증시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20~45% 고평가됐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배당 수익률과 기업 이익 전망, 미국 달러화의 약세 흐름에 따른 반사이익을 감안할 때 해외 주식의 투자 매력이 크다는 평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투자 보고서에서 "내년 미국 증시의 수익률이 유럽과 신흥국 증시에 비해 저조할 것"이라며 미국 주식의 비중 축소와 해외 주식 확대를 권고했다.
앞서 JP모간도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해외 주식에 무게를 둔 전략을 추천하며 특히 유럽과 일본 증시가 매력적이라고 평가한 것.
이 밖에 모간 스탠리는 뉴욕증시의 성장주가 크게 고평가됐고, 이는 앞으로 뉴욕증시에 급락을 야기할 수 있는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