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우 "위성발사장, 액체엔진시험 장소…기존 엔진 업그레이드 시험"
류성엽 "현재로서 고체연료 도입은 리스크 너무 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북한이 어떤 시험을 진행했는지는 밝히지 않아 이를 놓고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며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진행한 '중대한 실험'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시험은 크게 ICBM의 1단을 고체연료 엔진으로 개발하려고 하는 것인지, 액체연료 엔진으로 개발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 두 가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전문가들도 바로 이 부분을 놓고 엇갈리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민간 상업위성 '플래닛'이 지난 7일 오후 2시 25분과 8일 오전 11시 25분 촬영한 동창리 발사장 일대 사진을 공개했다. 2019.12.09 heogo@newspim.com |
우선 신형 액체엔진 개발 실험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분석이 나오는 것은 북한의 발표 하루 뒤인 9일 공개된 상업위성 사진 때문이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민간 상업위성 '플래닛'이 지난 7일 오후 2시 25분과 8일 오전 11시 25분 촬영한 동창리 발사장 일대 사진을 공개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이 사진을 보면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 개발시험이 아닌 액체연료 엔진 개발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 위원은 "상업위성 사진을 보면 동창리 엔진시험 스탠드(장소)에서 액체연료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액체연료와 고체연료는 시험 방법 자체가 다르고 하는 장소도 다르다. 액체연료는 수직상태로, 고체연료는 수평상태로 하는데, 북한은 함흥에 고체엔진을 수평으로 시험하는 시험장을 갖고 있다. 굳이 (액체연료 시험을 하는) 동창리 발사장에서 고체엔진 시험을 할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이어 "물론 (개발) 수순을 따지면 북한은 이미 액체엔진 개발을 마쳤지만, 그렇다고 액체엔진 개발을 포기한 건 아니다"라며 "액체엔진 업그레이드를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정보분석관 겸 전문연구위원도 "위성발사장에서는 대부분 액체연료 실험을 한다"며 "현재로서 고체연료 도입은 기술적 리스크(위험도)도 크고 성능 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커서 추정하기로는 액체연료엔진 시험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7년 3월 18일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탄도미사일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실시했다. [사진=노동신문] |
◆ 김동엽 "꼭 액체시험만 하란 법 없어…대미 억지력 갖기 위해 고체연료 시험했을 것"
반면 이미 북한이 2017년 3월 액체연료를 쓰는 신형 고출력 엔진인 백두 엔진의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는 점, 액체 엔진을 기반으로 한 ICBM은 미국에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점, 세계적인 추세가 액체 연료에서 고체 연료로 가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시험이 고체연료 엔진 시험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부분 국가들이 (ICBM용) 액체(연료 엔진)을 상당 시간을 고쳐 고체로 전환하고 있는데 북한도 중국과 비슷하게 그 경로로 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2월 '북극성-2형' 지상발사형 고체엔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한 자리에서 '이제는 우리의 로케트 공업이 액체 로케트 발동기로부터 대출력 고체 로케트 발동기에로 확고히 전환됐다'고 한 것만 보더라도 이번 동창리 실험이 ICBM용 고체연료 엔진시험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물론 장소적 측면을 보면 고체보다는 액체 연료 시험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할 수도 있지만 거기서 꼭 액체 연료 시험만 하란 법은 없다"며 "북한이 핵무력을 가지려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핵무력에 대한 억지력을 갖기 위함인데, 그러려면 지금 가진 것에서 업그레이드해서 다른 형식의 미사일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고체연료 엔진 시험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강조했다.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의 서해 미사일 발사장 위성 사진. [사진=38노스] |
◆ 액체연료 시험이라면 북한은 왜 '중대 시험' 강조했나
신종우 "연말 시한 다가오니 美 압박한 것"
다만 만일 북한이 진행한 시험을 액체엔진 연료시험이라고 가정할 경우, '중대한 시험'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을 수 있다. 이미 북한은 2017년 액체엔진 연료 연소시험을 성공한 데다, 액체연료는 고체연료에 비해 관리가 까다롭고 발사 전에 주입을 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해 사전에 발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고체연료는 연료 주입 시간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임의의 장소에서 불시에 발사할 수 있다. 발각될 가능성도 액체연료에 비해 훨씬 낮다. 즉, 북한이 이번에 ICBM 고체엔진 연료시험을 했다고 가정해야 '중대한 시험'이라는 말에 걸맞은 게 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신종우 위원은 "사실 도발 강도로 보자면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도발 중 가장 강도가 낮은 것"이라며 "당장 ICBM을 발사하면서 미국과 전면전을 하지는 않으면서도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비핵화 협상이 되지 않으면 신형 액체 엔진을 탑재할 수 있다'고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북한은 과학자들이 (시험)하는 것까지는 공개하지 않는데 그걸 공개했다는 것은 연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라고 부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