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독일 등 창의력·문화역량 갖춘 나라들과 함께 한다"
"기술발달로 싱크탱크 패러다임 전환 온다…먼저 준비해야"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대한민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선진국이고 강대국이다. 크리에이티브(Creative)·컬처럴(Cultural) 파워가 있는 국가들과 새로운 형태의 모임을 만들어 우리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
이근(56)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뉴스핌과의 단독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 공공외교 수준에 대해서도 "상당히 수준이 높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이근 국제교류재단 이사장. 2019.11.28 alwaysame@newspim.com |
◆ "이제는 위상 알리는 것보다 인정받아야 할 때"
이 이사장의 말대로 한국은 빠르게 발전했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모두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한 국가로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삼성·LG 등 글로벌 대기업, 케이팝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에도 힘입어 한국의 위상은 과거와 다른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이 이사장은 "이제는 한국의 위상을 해외에 알리는 것보다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어떤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발신할 것인가, 어떤 보여줄 것인가, 어떤 인사들과 전략적으로 교류해서 인적 네트워크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것인가, 사후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 기획과 전략적 측면에서 질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이 알리고 싶은 한국의 이미지는 '강대국'이다. 그는 "한국이 선진국이고 강한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국제모임을 만들 생각"이라며 미국, 영국, 핀란드, 스웨덴 등 창의력과 기술, 문화역량을 갖춘 나라들과 함께하겠다는 구상을 소개했다.
이 이사장은 "미래는 창의성과 테크놀로지가 해답을 주는 시대"라며 "'저 국가들은 선진국이고 미래를 끌고나가는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모임을 해 우리가 21세기를 이끄는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사장은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은 우리 정책 공공외교 역량을 기를 해법은 기술혁신에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한 싱크탱크 패러다임 전환이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싱크탱크를 빨리 발굴해 지원하면 이 분야에서 일본보다 빨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9월 KF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이 이사장은 "전임자의 일을 잘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성과를 내겠다"며 "직원들에게도 믿음을 줄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해 자부심을 갖고 일하도록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이근 국제교류재단 이사장. 2019.11.28 alwaysame@newspim.com |
다음은 이근 이사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의 공공외교 역사는 어떻게 되나?
▲ 일본의 경우 19세기 말부터 제국주의를 하며 정부와 민간, 기업, 학계가 다 같이 나갔다. 인적 네트워크, 정부의 기획 등 모두 상당히 오래됐다. 선진 강대국들은 이런 역사를 겪어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우리는 빨리 잡아도 1980년대 시작했다. 올림픽을 개최하며 세계에 알려졌고 그전에는 냉전에 기반한 공공외교를 해야 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적에 대한 비판이 공공외교의 거의 전부였다. 이후 노태우 정부 때 북방외교를 하며 본격적인 공공외교를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우리 공공외교 수준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수준이 높다고 평가한다.
-한국 공공외교 수준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아주 압축적으로 동시에 달성한 국가라는 게 많이 알려졌다. 민주화 이후 아시아에서 민주주의를 가장 잘 발현한 나라라는 점에서 선진국에서 높게 본다. 개도국에서는 압축 성장 분야를 많이 인정하고 있다. 삼성이나 LG 등 기업들이 비즈니스, 기술, 인적 자원 등 한국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부분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케이팝으로 대표되는 한류의 영향이 있다.
-한국학, 한국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 오래 전부터 한국어 교육 지원, 한국학 지원, 한국학 교수 지원 등에 많은 노력을 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학과 한국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기가 좋다.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교에는 제2외국어로 스페인어 다음으로 한국어가 인기가 좋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도 많다.
-우리 공공외교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2021년이면 국제교류재단 설립 30주년이 된다. 양적으로는 세계 어느 곳을 가도 한국 공공외교의 흔적이 보이는데 어떤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발신할 것인가, 한국의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 것인가, 어떤 인사들과 전략적으로 교류해서 인적 네트워크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것인가, 사후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데이터베이스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 기획과 전략적 측면에서 질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질적인 성장을 위한 계획이 있는가?
▲ 일본을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워싱턴DC에서 싱크탱크를 지원하면 꼭 결과물을 출판해서 배포한다. 우리는 그동안 중요한 인사가 한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했느냐 안했느냐를 주로 봤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원한 연구출간물이 나왔을 때 어떻게 상대방 국민에게 이해시키느냐이다. 앞으로 정책연구기관을 지원하면 반드시 출판을 해 배포하고 홍보 투어를 하는 작업을 강화하려고 한다.
-지난 9월 말 취임했다. 앞으로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나"
▲ 전임자가 하던 일을 일단 잘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새로운 성과를 내려고 한다. 한국의 위상을 해외에 확고하게 알리고 인정받겠다. 알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정받는 것이다. 한국은 인프라뿐 아니라 여러 가지 분야에서 역량이 좋다. 대한민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선진국이고 강대국이다.
-어떻게 인정받을 계획인가?
▲ 한국이 선진국이고 강한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국제 모임을 만들 생각이다. '저 모임에 속한 국가들은 선진국이고 미래를 끌고나가는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모임이다. 미래는 창의성과 테크놀로지가 해답을 주는 시대다. 테크놀로지 중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역사를 끌고가고, 이런 인재가 많은 국가가 앞서나갈 것이다. 우리는 잠재력으로 보면 21세기를 이끌 국가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모임에 대한 설명을 좀 더 듣고 싶다.
▲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들이 많고 테크놀로지 혁신이 많이 일어나는 국가들 중심으로 같이 해보려 한다. 미국, 영국, 독일,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을 생각하고 있다. 21세기 강국은 '크리에이티브(Creative) 파워', '컬처럴(Cultural) 파워'가 필요하다. 이런 개념에서 'C'라는 알파벳을 중심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기존에 'G7'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미래 글로벌 거버넌스를 할 수 있는 국가들이 미래를 리드해야 하고, 그곳에서 한국의 위상을 확고하게 심는 게 우리 비전이다.
-공공외교의 트렌드 변화에도 대처해 앞서나가야 한다.
▲ 싱크탱크의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미국을 보면 요즘은 디지털 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기법을 활용해 분석·연구하는 기관이 생기고 있다. 기존의 연구는 엉성하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데 새로운 연구방식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법으로 차이가 있다. 앞으로 싱크탱크도 이런 방식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싱크탱크를 빨리 발굴해서 지원하면 이 분야에서 일본보다 빨리 갈 수 있다.
-지난달 말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신남방정책을 위해 KF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굉장히 중요한 외교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가 굉장히 잘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과 한국 모두 아세안과의 관계는 굉장히 일방향적이다. 우리나 다른 나라들은 아세안에 많이 알려진 반면 우리에게 아세안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 나라 말이나 역사, 경제구조, 사회갈등, 아세안 내부 역학을 우리가 잘 모른다. 아세안이 우리에게 알려주려면 엄청난 에너지와 비용이 들어간다. 우리는 부산의 아세안문화원에서 그 일을 한다. 아세안 밖에서 아세안문화원은 유일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다.
-아세안 국가들이 아세안문화원에 많이 고마워하고 있다고 들었다.
▲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아세안문화원의 활동에 대한 내용이 들어갔다. 한·아세안 정상 만찬에서도 문 대통령의 건배사 이후 태국 정상이 답사를 했는데 내용의 반이 아세안문화원 얘기였다. 우리가 아세안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역할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고마워하고 좋아하게 만드는 게 바로 공공외교다. 우호관계가 잘 돼있으면 비즈니스는 자연스럽게 잘 될 것이다.
-북한의 공공외교는 어떤 수준이라고 평가하는가?
▲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등에서 봤을 때 북한은 나름대로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추려고 애를 쓰고 있다. 보편적인 언어로 얘기하고 싶은 노력을 보여줬으나 최근엔 잘 안 되니 옛날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이 부분의 노력이 없으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정상적인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살아남기 위한 생존외교를 해와서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약하다. 빠른 시일 내에 국제사회의 보편적 언어와 행동에 따라올 수 있도록 공공외교 노하우나 기법을 전수해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요즘 한일갈등이 심각하다. 공공외교로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 공식적인 레벨에서 외교가 막혀있으면 공공외교로 풀기 어렵다. 우리는 더 망가지지 않게 교류를 이어주는 부분을 할 수 있다. 한일관계는 다양한 채널을 구축하고 정상적으로 만나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문제를 풀 필요가 있다. 공식 차원에서도 서로 말싸움하며 불필요하게 관계악화를 하지 않고 여유를 갖고 조율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제주로 본부를 이전한지 1년이 지났다. 불편함은 없는가?
▲ 사업이 서울과 해외에 많아 출장이 많다. 거래비용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젊은 직원들은 흔들릴 수 있다.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과 보고체계, 사업 기획 등을 합리화할 계획이다. 믿음을 줄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해 직원들이 자부심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