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차 산업 격변에..후방 철강 산업도 "바꿔"
차 합종연횡 vs 철 고객사 공동 성장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전 세계 자동차 수요는 계속 줄어들 것입니다. 차량 공유 시대가 본격화되고,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자동차 보유 필요성이 더 낮아지겠죠." 최근 만난 현대자동차 한 임원의 말이다.
앞으로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인해 생산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그의 예상은 후방 산업인 철강 등 산업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일본 토요타가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모네테크놀로지스'를 출범한 것은 자동차 기업이 수많은 기업과 합종연횡하며 완성차 제조의 체질을 바꿔야한다는 사례가 됐다.
김기락 산업부 차장 |
제조에서 서비스로, 상품 판매에서 플랫폼 사업자로 변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 모네테크놀로지스에 합류한 기업은 수백개에 이른다. 이들 기업이 서로 협력사이자, 고객사가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임직원 1200여명과 만난 '타운홀 미팅'에서 자동차 회사의 '서비스와 솔루션'을 강조했다.
정 수석 부회장은 "미래 자동차 업계에서 사라지고 없어지는 회사가 많아질 것"이라며 "그 중에서 살아남고 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차만 잘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서비스 등 앞서가는 솔루션을 내놔야 고객이 우리 차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앱티브와 40조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해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수소차 시장을 위해 국내외 많은 기업과 손잡아 나가고 있다. 이외에 차량 공유 등을 위한 미래 플랫폼 구축을 위한 물밑 작업도 수없이 이뤄지고 있다.
정 수석 부회장과 이메일을 주고 받는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더 바뀌어야 한다. 동종이든 이종이든, 어디와도 몸을 섞어야만 산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과 운명을 같이하는 철강업도 변할 수 밖에 없다.
포스코는 지난해 최정우 회장 취임부터 사업 체질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강 제품을 납품하는 철강사를 벗어나 자동차 기업 등 고객사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연합군' 형태로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것이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900만t(톤)의 자동차 강판은 전 세계 자동차 강판의 10%, 포스코 철강 생산량의 25%에 해당한다. 2025년에는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생산이 1200만t이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 앞으로 5년뒤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생산량이 어떻게 변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다면 철강 회사에서 자동차 강판 생산을 늘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철 보다 더 가볍고, 강한 플라스틱 소재도 얼마든지 있다.
대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변화는 포스코가 자동차의 주행 성능 향상과 이산화탄소 저감 등 완성차 업체와 똑같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자동차 부품회사 오스템(Austem)은 포스코의 고객사 중 한 곳으로, 자동차 주행 중 충격을 완화하는 서스펜션 소재를 개발하는 곳이다. 강하면서, 가벼운 제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인데 포스코의 솔루션이 큰 역할을 했다.
포스코가 오스템과 철강재 기반의 서스펜션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결과, 고강성을 유지한 채 최대 20% 경량화한 서스펜션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또 포스코는 국내 조선사의 용접방식을 개선하는 등 고객사의 솔루션을 제공해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철강회사가 왜 자동차 회사 납품업체를 위해 나설까?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은 자동차, 조선, 가전 등 공급처가 많지만, 산업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과 글로벌 경기 불황에서 제조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남기를 원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사에게 가장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철강사가 되는 것"이라며 "이는 지금의 포스코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라고 밝혔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