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과 조율 뒤 트럼프 서명받아야 제정
홍콩, 유감 표시..."미국·홍콩 관계 해칠것"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상원이 19일(현지시간)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날 상원은 홍콩인권 법안을 구두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가결해 하원으로 넘겼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지난달 하원 역시 같은 내용의 자체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상·하원은 조율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법안을 보낼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안은 제정된다.
홍콩 시위대가 이공대학교를 탈출하려다 붙잡힌 모습. 2019.11.19. [사진=로이터 뉴스핌] |
홍콩인권 법안은 미국 국무부에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 투자, 무역 등에서 홍콩에 특별대우를 적용하고 있다. 또 법안은 홍콩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있는 인물의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 내용도 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하원 두 개 법안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면서 예를 들어 하원 법안의 제재 적용 경우는 상원보다 폭넓다고 설명했다.
미국 의회의 이같은 움직임은 홍콩에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적용 중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당시 50년간 자치권을 보장하는 일국양제를 약속했다.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상원은 또 최루탄, 페퍼 스프레이, 고무탄, 전기 충격기 등 시위진압 장비의 대(對)홍콩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달 하원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법안 역시 통과돼 홍콩인권 법안과 마찬가지로 상하 양원의 조율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소속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은 중국이 폭력과 억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그들(홍콩 시민들)은 자치권과 자유가 잠식되는 계속된 움직임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센트럴의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가 우산으로 몸을 가리고 있다. 2019.11.13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며 "자유에 반대하고, 시위하는 홍콩의 젊은이와 노인들에게 잔혹하게 군다면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반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베이징시간으로 20일 성명을 통해 미국 상원이 홍콩인권 법안을 통과시켜 내정에 간섭했다며 "강력하게 규탄하고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경제매체 CNBC방송이 보도했다.
홍콩 정부도 법안 통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고 CNBC는 전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상원에서 통과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과 홍콩에 대한 다른 법안은 불필요한 것"이라며 "홍콩과 미국의 관계와 공동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인권 법안에 서명할지 혹은 거부권을 행사할지 즉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통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책상 위에 법안이 올라가면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방해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진영과 지금이 인권과 홍콩 지위와 관련해 중국에 맞설 적기라고 주장하는 진영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