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1단계 무역 합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각이 지난 5월 일촉즉발의 상황과 흡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관세 철회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과 합의문 문구를 둘러싼 마찰로 인해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전면전으로 치달았던 5월 초 상황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른바 스몰딜에 기대를 모았던 월가는 회의적인 표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까지도 양국의 무역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로이터와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가 1단계 무역 합의의 전제 조건으로 관세 철회를 요구했다.
가오펑 상무부 대변인은 양국의 무역전쟁이 미국의 관세 도입에서 시작된 만큼 관세 철회를 통해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관세 철회를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 4~5월 양국 협상팀이 합의안 초안 마련에 착수했을 당시와 6월 오사카에서 도널드 트럼 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이 이뤄졌던 시점에도 관세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팽팽했다.
중국은 12월15일로 예정된 1560억달러 물량에 대한 15% 관세를 보류하는 것은 물론이고 9월1일 시행한1120억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와 앞서 2500억달러 물량에 대한 25%의 관세까지 전면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철회에 대해 중국과 합의한 바가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2일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는 '굿 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관세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의문 문구를 둘러싼 기싸움도 5월 상황과 닮은꼴이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농산물 수입 규모를 합의문에 명시하는 데 반기를 들고 있고, 이 때문에 협상이 벽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류허 중국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와 회동한 뒤 중국이 연간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농산물을 수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협상 팀은 이를 합의문에 적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 측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소식통은 WSJ과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에서 "상황이 바뀔 경우 언제든 미국 농산물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도 합의문 문구가 협상 결렬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협상 팀이 지적재산권과 국영 기업 보조금 제도, 이 밖에 통상 시스템 개혁과 위안화 환율 문제까지 미국의 요구 사항을 모두 삭제한 수정본을 전달했고, 이 때문에 양국 정상이 만나 합의문에 서명하려고 했던 계획이 좌절됐다.
양국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12번째 무역 협상을 갖고 통상 시스템과 관련한 쟁점을 제외하고 농산물 수입과 관세 보류를 골자로 한 부분적인 딜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실상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가의 전망은 흐리다. 로이터가 5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75%를 웃도는 투자자들이 내년에도 양국 무역 휴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따른 후폭풍이 실물경기를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실제로 관세 철회가 이뤄질 것인지 의문"이라며 "내년에도 경제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제한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