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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반환점] 외교 다변화 속 미중일 곳곳에 암초…아세안에선 괄목할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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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친분 과시하지만 지소미아로 동맹 최대위기
정권 출범 전부터 예고된 강제징용 문제 대비는 미흡
시진핑도 한중관계 복원 원하지만 당국간 이해 부족

[편집자] 문재인 정부가 11월 9일로 임기 5년의 반환점에 섰습니다. "잘못된 관행과의 과감한 결별"이란 취임사로 시작한 '문재인의 2년 6개월'은 소득주도성장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두 축으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경제와 남북문제 모두 답답한 흐름인 것도 현실입니다. 종종 피로감도 엿보입니다. 과연 후반 레이스는 어떨지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문재인 정부의 나머지 절반을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 외에도 외교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선포한 문재인 정부의 임기 반환점이 지났다. 문 대통령은 2년 반 동안 각국 정상과의 잦은 만남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으나 남북미 관계에 치우쳐 주변국 관계는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였다. 신남방정책을 필두로 한 아세안과의 외교관계는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최대 외교성과로는 2018년 활발하게 진행된 남북·북미 대화가 꼽힌다. 4·27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9·19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업적은 미국과의 원활한 소통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페이스북] 2019.09.24 photo@newspim.com

◆ "한미관계 좋다고만 할순 없어…안보협력 의지 보여줘야"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이후 9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역대 대통령 중 미 대통령을 문 대통령보다 많이 만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11번)이 유일하다. 이 전 대통령의 기록도 임기를 절반 남긴 문 대통령이 깰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미 대통령과 달리 예측불허의 즉흥적 성격을 가졌으며 '톱다운' 방식의 정책 결정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인 만큼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저는 오랫동안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며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함을 자주 강조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 덕분에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평가도 한미 모두에서 나온다.

정상 간의 친분에도 한미관계에서 이상 신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미국이 한국에 '속도 조절'을 요구하며 한미관계 이상론이 있어왔으며 최근에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과 '합리적 수준의 분담'을 강조하는 한국의 명확한 입장차가 드러났다.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점도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미국은 고위 당국자들을 한국에 파견하며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아 추후 한미갈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현재 한미관계가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정적으로 지소미아 파기 결정이 미국이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 의지가 없어보인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우 센터장은 "사실 방위비 같은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원인을 제공해 우리 정부만의 잘못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한미, 한미일 안보협력에 우리가 헌신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갈등설 속에서 생겨나는 반미, 반한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 양쪽 모두 숙제"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아세안+3 정상회의 전에 11분간 환담했다. [사진=청와대] 2019.11.04 dedanhi@newspim.com

◆ 셔틀외교 거론했으나 멀어진 정식 양자회담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을 강화하기 위해 정상 간 수시로 소통하는 '셔틀외교'를 일본에 제안한 바 있으나 현재 한일관계는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지만 위안부, 강제징용 등 지울 수 없는 과거사가 관계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5차례 양자회담을 가졌다. 셔틀외교를 논하기는 어려운 숫자다. 한일 정상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계기 정상회담 이후 각종 다자회의에서 같이 참석할 기회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회담을 갖지 않았다.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관련 회의 계기로 11분간 환담을 하며 13개월 만에야 만났다. 아베 총리의 방한은 지난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이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우리 정부에게 지속적으로 '약속 이행'을 주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의구심을 표했으며, 합의 재교섭은 요구하지 않았으나 위안부 합의 결과물인 화해치유재단 해산 절차를 밟았다. 박근혜 정부 때의 합의였지만 '불가역 협정'을 확인했던 일본으로선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은 한일 갈등을 증폭시켰다.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관련 문제가 마무리됐다는 입장을 가진 일본은 '국제법에 근거해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하라'며 보복에 나섰다. 역사 문제로 시작한 갈등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에 대응한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등 경제·안보 문제까지 번졌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은 전 정부 때부터 연기돼온 것이기 때문에 '화약고'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하고 대비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며 "한일간 욱일기, 초계기 갈등도 겹치면서 한일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남북미 관계에 쏠린 정부의 외교정책이 한일관계를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조 교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일본의 위치가 불명확했던 것 같다"며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일 간 의견 교환도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뉴스핌]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7일 오후 오사카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페이스북 ] 2019.6.27 photo@newspim.com

◆ 3불 원칙으로 급한불 껐으나 후속 이벤트 필요

한중관계는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설치로 촉발된 최악의 위기 상황은 넘겼으나 확실한 진전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방중했으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직 한국에 오지 않았다.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 시절 이뤄진 결정으로 시작된 사드 갈등은 문재인 정부 초기의 최대 외교과제 중 하나였다. 중국에 진출한 많은 우리 기업들이 경제보복을 당했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지 않았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인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정부는 2017년 10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사드 추가배치',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 원칙'을 제시하며 사드 갈등을 일단 봉합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중국의 경제보복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한중관계를 개선할 이벤트도 열리지 않고 있다.

중국의 고자세가 한중관계 개선의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한국이 중국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열린 한중정상회담이 결정적 사건으로 꼽힌다.

우수근 한양대 특임교수는 "시진핑 주석은 한한령의 해제와 미세먼지 분야에서의 협력 프로젝트를 들고 왔으나 우선 자국 보수파들을 의식해 사드 문제를 형식적으로라도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는 사드 문제는 북핵이 해결된 다음에 풀릴 문제라고 답변했고 북핵 문제가 당장 풀리지 않을 것을 아는 시진핑 입장이 난처해졌고 결과적으로 한중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어가자는 시그널을 우리가 받지 않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중국이 한국에 제재 조치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뭐가 있느냐"라며 "중국도 한중관계를 적극 개선하고 싶고 한국이 미국만 바라보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을 '우회적이고 완곡한 표현의 나라'라고 설명하며 "이런 시그널을 이해하고 중국을 잘 아는 참모들을 중용해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3일 오후 노보텔 방콕 임팩트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갈라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19.11.03 photo@newspim.com

◆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번영 미래 보여줄듯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아세안과의 외교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에는 부정하는 이가 별로 없다. 신남방정책을 천명한 문 대통령이 임기 절반도 되지 않아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한 점은 아세안을 향한 그의 진심을 보여준다.

아세안과의 강화된 관계는 경제부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이후 감소하던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액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7년부터 상승세로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약 1600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의 제2위 교역 대상 지역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되는 다자정상회의도 아세안을 대상으로 한다.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3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회 한·메콩 정상회의'는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을 맞는 한국과 아세안의 미래를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아세안 태평양 지역의 통신사 대표단을 만나 정상회의에 대해 "미래 동반성장의 파트너인 아세안, 메콩과의 협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연계성을 더욱 강화하며 공동 번영을 위한 협력을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eog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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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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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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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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