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과열경쟁 인한 인권침해 빈번"
폭언은 기본, 수시로 성희롱 발언 쏟아져
관중이 여성 선수에 "좀 더 벗으면 좋으련만"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코치가 선수들에게 무차별 폭언을 하거나 관중들이 여성 선수들을 성희롱을 하는 등 인권침해가 빈번히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일부터 일주일간 열린 전국체전을 모니터링한 결과 과열 경쟁과 권위주의적 문화로 인한 인권침해 상황이 다수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인권위는 이번 전국체전에 20여명의 인권 전문가 등을 투입, 경기장 내외부 점검, 경기 내용 관찰, 선수 인터뷰 등을 통해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한 구기 종목 코치가 고등학생 여자 선수에게 "죽을래? 나가"라고 소리치며 욕하는 모습이 수차례 목격됐다. 이에 일부 관중들은 코치에게 "저게 감독이냐, 학생한테 욕하지 마라, 도대체 뭘 배우겠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투기 종목에서는 코치가 학생선수들을 모두 집합시킨 상태로 심한 욕설을 하며 "(너희는) 나가 죽어야 한다", "너 하기 싫냐? 너 나올래?"라고 폭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다른 코치는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와 함께 경기장 밖으로 이동하는 중 주먹으로 지역 선수단 안내 데스크를 강하게 내리쳐 공포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외에 관중이나 심판이 여성 선수와 자원봉사자를 성희롱하는 모습도 수차례 확인됐다.
한 심판은 경기장을 안내하는 여성 직원을 보며 "딱 내가 좋아하는 몸매야, 저런 스타일은 내가 들고 업을 수 있지"라고 발언했다. 또 일부 관중들은 여자 선수에게 "나한테 시집와라, 시집와",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네, 좀 더 벗으면 좋으련만"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나 주최 측은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이번에 확인된 인권침해 및 권위주의적인 문화는 개선할 의무가 있다"며 "성희롱, 성폭력 문제 역시 '스포츠분야 성폭력 예방을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