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최근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분위기를 틈타 나오고 있는 국회 입법이 금융사 '망신주기'로 향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분쟁에 대한 금융당국 조정안을 거부한 금융회사에 대해 금융사 상호와 직원 이름 등을 공개하도록 한 발의를 두고 금융권과 국회 일각에선 금융회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등 11명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 수락을 거부한 금융회사의 '상호'와 해당 직원의 '성명' 그리고 금융분쟁 유형을 공표하는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조정안을 거부하는 금융사와 직원이 공개 대상이다. 이를 심사할 별도 기구인 '공표심의위원회'도 설치하도록 했다.
전재수 의원 측은 "일부 금융회사들이 소비자와의 소액 분쟁에서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소송으로 곧바로 가는데, 이 경우 소비자들이 소송 부담 때문에 대응을 포기하고 결국 금융사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조정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24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심사한다. 2019.10.08 alwaysame@newspim.com |
이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선 최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피해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로 인해 금융소비자보호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커진 가운데 금융사를 망신주기 위한 법안이란 지적이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보면 금감원 분쟁조정절차 중 소액 분쟁에 한해 금융사의 소송제기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는 소비자가 금감원에 2000만원 이하 소액분쟁조정을 신청하더라도 은행·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조정이 자동 중단된다. 분쟁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절차기 때문이다. 금소법이 통과되면 금융회사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이 일단 마무리될 때까지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없다.
금소법 자체도 의원들 발의가 정부 제출안보다 수위가 더 높다. 정부는 징벌적 '과징금'을 추진하지만 의원들은 더 무서운 징벌적 '배상금제도'와 '집단소송'을 담았다. 정부안대로라면 금융회사가 불완전판매로 얻은 수익의 최대 50%(산정이 어려울 경우 10억원)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의원 발의로 갈 경우 금융사는 소비자들에게 손해액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물어줘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최근 분쟁중인 즉시연금을 예로 들면 현재는 미지급금과 이자만 물어주면 되지만, 제도가 시행되면 정신적 손해 등을 감안해 배상액이 몇 배 더 커질 수 있다.
금융권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집단소송제 등이 금융회사에 과도하게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3월 법안소위에서 법안 설명은 이뤄졌지만, 위원 간 의견 조율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는 자발적 조정을 하는 곳이지 법원 판결이 아닌데,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았다고 해서 당사자의 성명이나 상호를 공개하는 것은 조정의 취지를 벗어난다"며 "공표심의위원회까지 두는 것은 압력기구를 또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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