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가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9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로이터통신과 CNN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이 같은 경고의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좋은 합의를 도출해 내자. 당신은 수천 명의 사람들을 학살한 것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을 것이며, 나도 터키 경제를 파괴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이미 브런슨 목사와 관련해 예시를 보여줬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터키의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장기 투옥된 사건을 빌미로 터키산 철강에 50%의 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전 세계를 실망시키지 말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쿠르드족 군사조직인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코바니 총사령관이 터키와 협상할 용의가 있으며 "과거에 전혀 하지 않았던 양보를 할 의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일을 옳고, 인도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면 역사는 당신을 영원히 호의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역사에 악마로 기억될 것이다"라며 "무법자가 되지 말라. 어리석은 짓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진 뒤 시리아 북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1000여명의 철수를 지시했다. 이후 터키가 시리아 내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개시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의 격퇴 작전에 동참했던 쿠르드족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미국은 결국 지난 14일 시리아 공습에 대한 책임을 물어 터키에 대한 경제제재를 발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비난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백악관이 이번에 서한 공개를 결정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시리아 공습에 대한 '청신호'를 보낸 적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2019.10.16.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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