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챔피언스투어 SAS 챔피언십 최종일 퍼트한 볼이 자신의 발 맞자 리플레이스 안하고 그대로 쳐 2벌타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챙을 위로 젖힌 상태로 모자를 쓰는 예스퍼 파니빅(54·스웨덴)이 좀처럼 보기 드문 골프 규칙 위반으로 벌타를 받았다.
직전 스트로크를 취소하고 다시 쳐야 하는 상황인데도 그대로 쳤기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멀리건을 받지 않았다고 벌타를 받은 격’이라며 새 규칙의 맹점을 에둘러 꼬집었다.
만50세 이상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미국PGA 챔피언스투어 SAS 챔피언십(총상금 210만달러) 최종 3라운드가 열린 13일(현지시간). 장소는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캐리의 프레스톤우드GC다.
지난 2016년 미국 챔피언스투어 인스페리티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할 때의 예스퍼 파니빅(왼쪽). 오른쪽은 당시 그 대회에 출전한 한 존 데일리다. [사진=골프위크 홈페이지] |
파니빅은 3번홀(파3·길이209야드) 퍼팅그린에서 짧은 보기 퍼트를 했다. 퍼터 헤드를 떠난 볼은 홀 가장자리를 돌아나오더니 파니빅의 발에 닿아 멈췄다. 파니빅은 탭인 거리의 더블보기 퍼트를 넣고 별 생각없이 걸어나왔다.
그 옆에는 경기위원(브라이언 클라)이 있었다. 클라는 뭔가 이상했던지 파니빅에게 “잠깐!”이라고 말한 뒤 미국골프협회(USGA)에 판정을 의뢰했다. 클라의 요청을 받은 USGA의 규칙 관계자는 “정말, 그런 일이 대회에서 있었느냐?”고 되물은 후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했으니 2벌타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적용된 새 규칙은 움직이고 있는 볼이 우연히 사람이나 외부의 영향을 맞힌 경우 벌타는 없고 볼은 놓인 그대로 플레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규칙 11.1>. 그런데 11.1b의 예외 2 조항에 ‘퍼팅그린에서 플레이한 볼이 퍼팅그린에 있는 사람, 동물,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을 우연히 맞힌 경우 그 스트로크는 타수에 포함되지 않으며 반드시 볼을 원래의 지점에 리플레이스해야 한다’고 돼있다. 여기에서 언급된 사람에는 플레이어 자신도 포함된다.
요컨대 파니빅은 홀을 돌아나온 보기 퍼트를 취소하고 원래의 지점(알수 없을 땐 추정해야 함)에서 다시 쳐야 했다. 그런데 리플레이스하지 않고 발에 닿은 지점에서 다음 스트로크를 했기 때문에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한 것이 됐다. 이는 2벌타다.
타수 계산은 좀 복잡하다. 처음 친 보기 퍼트는 타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발에 닿은 지점에서 친 스트로크만 카운트된다. 이 스트로크는 5타째가 아니라, 4타째인 것이다. 스트로크 4타에 페널티 2타를 합해 총 6타로 홀아웃한 것이다. 트리플 보기다.
파니빅은 3라운드합계 6오버파 222타(72·75·75)로 78명 가운데 공동 68위를 차지했다.
파니빅 못지않게 당황한 사람은 경기위원이었고 USGA도 그에 못지 않았다. 경기위원은 희한한 케이스에 현장에서 곧 재정을 내리지 못하고 USGA에 문의했고, USGA는 "프로골프 대회에서 일찍이 이런 일은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파니빅의 사례가 복잡다단한 것처럼 보이자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는 쇼트 퍼트한 볼이 홀에 들어가지 않고 발쪽으로 오면 모른체하고 발로 막아라. 그러면 규칙 11.1 예외조항에 따라 그 스트로크를 취소하고 다시 칠 수 있으니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단, ‘우연히’ 그런 것처럼 해야 한다.”
규칙의 맹점을 짚은 것으로, 농담같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파니빅은 타이거 우즈의 중매쟁이로 유명하다. 파니빅은 그의 보모였던 옐린 노르데그린을 우즈가 맘에 들어하자 둘을 결혼까지 이르게 한 매치메이커였다. 우즈와 노르데그린은 이혼했지만.
파니빅은 미국PGA투어에서 5승, 챔피언스투어에서 1승, 기타 대회에서 9승을 기록중이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