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논의도 정리…호남계 의원들 손 대표 지지로 마음 굳혀"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5개월여간 끊임없이 내분을 겪어오던 바른미래당이 결국 분당 수순으로 가는 모양새다.
26일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최근 당을 나와 신당을 창당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진영의 한 의원은 "최근들어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의중을 들어보면 당에서 나와 신당을 창당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더라"면서 "손 대표가 당권을 놓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있으니 이들끼리 힘을 모아 신당을 창당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최근 바른정당계 의원들끼리의 만남이 자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주 일요일에도 만나 향후 행보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하태경 최고위원 징계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9.24 kilroy023@newspim.com |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이르면 다음주 중 탈당 결심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다음달 2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돼 월말에나 끝나는 만큼, 이달 말인 다음주 초까지는 당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는 것이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한 바른정당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미 지난 24일 당 내 15명의 의원들이 함께 손 대표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지 않았냐"며 "호남계 의원들의 대답을 이번주까지 기다려보고 향후 대응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당과의 이별을 결심한 것은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아서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해왔지만 손 대표를 강제로 퇴진시킬 방법은 없다.
게다가 손 대표는 당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 명확하다. 자신이 당권을 놓는 순간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과 통합돼 제3지대 정당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는 것.
그렇다고 당 재건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당 내에서는 호남계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당을 재건하자는 의견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 역시 추진력을 잃은 상태다.
바른미래당 내 한 관계자는 "호남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대위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비대위를 꾸린 그 후의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며 "이 때문에 비대위 논의는 어느정도 정리가 됐고, 호남계 중진 의원들은 손 대표 체제를 지지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9.25 kilroy023@newspim.com |
결국 바른정당계 의원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당을 떠나는 것 뿐인 셈이다.
다만 이들의 탈당에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얼마나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24일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철회와 손 대표 퇴진을 요구했던 바른미래당 의원들 중에는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비례대표여서 당을 나가게 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 따라서 신당 창당에 섣불리 합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정치권 안팎에서 예상했던 '안철수·유승민' 투톱 체제의 신당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아직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안 전 대표 측근들의 전언이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인사는 "지난 8월 말 부인 김미경 교수가 입국을 했는데 안 전 대표는 함께 입국하지 않았다"면서 "통상 항상 같이 움직이는 두 분이 따로 지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안 전 대표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지금 안 전 대표가 귀국하게 되면 손학규 대표나 유승민 전 대표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때"라며 "아직 그 결심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쯤 선거제 개편안이 정리되는 것을 보고 정치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면서 "안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한 것도 총선이 있던 해인 2016년 초였던 만큼, 안 전 대표는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지난 2018년 2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통합추진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8.02.02 kilroy023@newspim.com |
다만 안 전 대표가 귀국해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유승민 전 대표와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전 대표는 자신이 몸담았던 당을 모두 깨고 나온 셈"이라며 "과거 민주당을 탈당했고, 국민의당도 바른정당도 국민의당과 합치면서 깨지 않았냐"고 말했다.
그는 "이번까지 자신이 만든 바른미래당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마련하는 차원에서도 본인이 꾸렸던 바른미래당을 손 대표와 함께 재건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이 나뉘어진다면 유승민 전 대표를 필두로 하는 보수 성향의 신당이 창당될 가능성이 높다.
한 보수 정치권 인사는 "관건은 제2의 바른정당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나 홍정욱 전 의원 등 개혁적 보수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그는 "또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의원들도 자신들의 생존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손 대표가 이끄는 바른미래당에서 분리되어 나와 개혁 보수 정당으로 자리를 잡아야 내년 총선에 앞서 보수 통합도 원활하게 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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