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홍콩 시위 사태 장외전으로, 대만에서 홍콩 중국 유학생 충돌 확산

기사입력 : 2019년09월26일 11:11

최종수정 : 2019년09월26일 11:21

대만대학교에서 시작된 '레논 벽' 다른 대학으로 확산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 대응 사회 문제로 대두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범죄인 인도법안(홍콩 송환법) 개정에서 비롯된 홍콩과 중국의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고 예기지 못한 국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만의 여러 대학에서 홍콩 사태를 둘러싸고 홍콩과 중국 출신 유학생들 간의 충돌이 늘어나면서, 대만 교육 당국과 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대만 주요 매체들도 홍콩-중국 유학생 간 충돌 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 중국 유학생, 홍콩 시위 지지 호소한 홍콩 유학생 폭행 

대만 이서우대학 재학 홍콩 유학생이 자신의 기숙사 방문에 조성한 '레논 벽'. 이에 불만을 품은 중국 유학생들이 단체로 해당 홍콩 학생을 폭행하고 위협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대만 자유시보() 보도 캡쳐>

복수의 홍콩과 대만 매체에 따르면, 대만 2대 도시 가오슝(高雄)에 위치한 이서우(義守)대학에서 홍콩과 중국 유학생의 충돌이 발생했다. 충돌 과정에서 중국 유학생이 홍콩 학생에게 폭력과 폭언을 행사했지만, 학교 측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한 홍콩 유학생이 자신의 기숙사 방문 위에 붙인 홍콩 시위 지지 '메시지'였다. 피해 홍콩 학생은 'HK', '오늘의 홍콩, 내일의 대만', '홍콩의 영광이 돌아오길 바라며' 라는 내용이 담긴 메모지를 방문 위에 붙였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중국 유학생이 이를 훼손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충돌이 발생한 시점은 13일 정오. 중국 유학생이 자신의 방문 위에 붙인 홍콩 지지 메모지를 찢어버리는 것을 발견한 홍콩 유학생이 이를 제지하려 하자, 중국 유학생이 홍콩 학생의 목을 조르고 욕을 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해당 홍콩 학생에 대한 중국 유학생들의 위협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피해 홍콩 유학생이 그날 오후 혼자 외출에 나서자 여러 명의 중국 유학생이 그를 둘러싼 후 물을 뿌리고 욕을 하며 위협을 가한 것. 

사건 발생 후 이서우대학 측의 대응 방식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홍콩 학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홍콩 유학생이 중국 학생들로부터 폭행과 집단 위협을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홍콩 유학생 측이 학교 측에 CCTV 영상 열람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심지어 홍콩 학생이 먼저 홍콩 시위 지지 메모지로 중국 학생을 자극했다며, 홍콩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고 홍콩 유학생들은 분노했다. 

결국 홍콩 학생들이 나서 해당 사건을 파출소에 신고했고, 경찰이 이를 학교측에 전달하자 이서우대학이  사태 해결에 나섰다.

이서우대학 측은 양측 학생이 화해를 했으며, 해당 사건을 적절히 처리하겠다고 밝혔으나 홍콩 학생측은 더욱 반발했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홍콩 학생이 '화해'를 강요 받았다는 것.

대만 둥하이(東海)대학 정치학과 추스이(邱師儀) 부교수는 "대만, 홍콩, 중국의 미묘한 정치 환경 속에서 학생들간의 정치적인 충돌 문제는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문제다. 사건 초기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더욱 큰 사회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라며 이서우대학의 소극적인 대응 방식을 비판했다.

사건 발생 후 홍콩 유학생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 학생들의 폭력과 위협이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에 혼자 외출을 삼가고, 홍콩 유학생끼리 서로의 신변 안전을 당부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대만 핀궈르바오(蘋果日報)는 보도했다.

◆ 홍콩 시위 지지하는 '레논 벽' 대만 전역에 확산, 대만 교육당국 긴장 

타이베이 소재 원화대학교 재학 홍콩 유학생들이 조성한 레논벽을 훼손하는 중국 유학생. <사진=야후뉴스 화면 캡쳐>

문제는 홍콩과 중국 유학생들 사이의 갈등 양상이 대만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만 교육 당국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25일 새벽 타이베이 소재 원화(文化)대학교에서도 유사한 충돌 사건이 발생했다. 원화대학교 홍콩 유학생들이 대학교 벽에 홍콩 시위 지지 메시지를 담은 '레논 벽(Lennon Wall/용어설명 참조)'을 조성하자, 중국 유학생들이 몰려와 거친 행동으로 레논 벽을 훼손했다.이 과정에서 홍콩 여학생이 높은 단상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부상을 당하는 등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대만 매체들은 중국 유학생들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원화대학교 홍콩 유학생 측은 "레논 벽 조성과 선전물의 부착 혹은 철회 여부는 학교 측이 결정할 사항이지, 중국 유학생들이 함부로 훼손할 수 없는 것"이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낙상으로 부상을 당한 홍콩 유학생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중국 유학생 고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곳은 대만이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홍콩 시위 지지를 호소하는 '레논 벽' 조성은 대만대학교에서 처음 시작돼 대만 전역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서우, 둥우(東吳)대학교에 이어 원화대학교에서는 '레논 벽' 조성을 둘러싸고 홍콩과 중국 학생들의 충돌이 발생했다.

사태 확산에 대만 교육 당국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대학 내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원중(潘文忠) 대만 교육부 장관은 25일 열린 교육부 회의에서 "대만 사회는 민주, 자유, 법치를 존중하한다. 대만은 학술의 자유와 상호 존중을 추구하며, 법률로서 기본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한다. 교육부와 대학교회는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자유과 권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전 세계 각국 청년들이 우리의 학교에 와서 교류하는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의견 차이를 이유로 발생하는 폭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판 장관은 의견 차이를 존중하는 학내 교육을 강화하고, 교내 안전을 위한 순찰을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

 ▶ 용어설명: 레논 벽(Lennon Wall)

체코 프라하에서 처음 생겼다. 1980년대 공산 독재 정권 아래서 체코의 젊은이들이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의 반전과 평화를 담은 노래 가사 등을 벽에 낙서하면서 '반독재, 민주주의, 자유'의 상징이 됐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 당시 홍콩 시민들이 도심 곳곳에 사진, 메모지, 예술품 등을 붙여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표출하면서 '레논 벽'이 홍콩에도 등장하게 됐다. 올해 발생한 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도 민주주의와 반정부 구호를 담은 각종 게시물로 조성된 '레논 벽'이 홍콩 곳곳에 조성됐다. 홍콩 사태를 가장 우려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대만에서도 대학을 중심으로 '레논 벽' 조성이 늘어나고 있다. 

 

 

jsy@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