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산정 업무 지자체로 이관..감정원은 검증만
산정내역·기준 공개 의무화..'깜깜이' 산정 차단
정동영 대표, 부동산가격공시법 개정안 발의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한국감정원이 담당하는 공시가격 산정 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작업이 추진된다.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와 건강보험료 산정, 복지급여 수급 자격 결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된 만큼 불투명한 심사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최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개정안은 공시가격 조사 권한을 해당 지역 특성을 잘 아는 지자체로 이관하고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위해 산정 내역과 기준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감정원을 가격 산정 업무에서 제외하고 지자체가 산정한 공시가격에 대한 검증 업무만 수행하도록 하는 한국감정원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감정원이 산정한 공시가격의 지역 간 불균형, 형평성 문제가 매번 지적되면서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표준지공시지가와 표준주택가격, 공동주택가격, 비주거용 표준부동산가격에 대한 조사, 평가, 가격산정은 감정원이 수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단독주택 53%, 아파트 68%, 토지 64%라고 밝혔지만 산출 근거나 세부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 2차 개선권고안 발표 당시 공시가격을 산정하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시세분석 보고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이드라인이나 시세분석 보고서의 존재 여부도 밝혀진 게 없다.
특히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을 인상할 것을 지자체에 요구하거나 가격 산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뒤늦게 가격을 조정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아파트 230구의 공시가격을 주민들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통째로 하향 조정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같은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면서 감사원도 다음달 예정된 '부동산 가격공시 및 시장조사 실태' 감사에서 공시가격 조사, 평가 과정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경실련은 지난 2월 표준지와 표준주택의 적정가격을 조사·평가하지 못한 감정원과 관련 용역수행기관의 직무유기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당시 경실련은 공시가격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공평 과세를 조장하고 있고 낮은 공시가격으로 인해 부동산 부자에게 세금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같은 내용도 감사해 줄 것으로 요청했지만 이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동영 대표는 "부동산공시가격이 시장가치나 실거래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지역 간 불균형 및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며 "공시가격 산정기준과 산출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제도 불신이 증가하는 등 조세 정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