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전상’ 인정했으나 보훈처는 “관련 근거 없어”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가 ‘전상’이 아닌‘ 공상’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보훈심사위원회는 지난달 7일 회의에서 하 중사에 공상 판정을 내린 뒤, 같은 달 23일 통보했다. 이에 하 중사는 지난 4일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북한 목함지뢰 도발로 다리가 절단된 하재헌 육군 중사.[사진=육군] |
공상 판정은 교육·훈련 또는 그 밖의 공무, 국가 수호, 안전 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 수행 등의 과정에서 상이를 입은 것을 의미한다.
적과의 교전이나 무장폭동 또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행위, 전투나 이에 준하는 직무 수행 중 입은 상이에 따른 전상과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다.
공상과 전상은 월 5만원 정도의 금전적 보상 외에는 수혜자 입장에서 큰 차이가 없으나 군인으로서 전상이 더 명예로운 대우로 여겨진다.
하 중사는 지난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수색 작전을 수행하던 중 북한군이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에 의해 두 다리를 잃었다.
이후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 근무하다 패럴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목표로 지난 1월 31일 전역한 뒤 2월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다.
적군의 도발에 의한 부상이었기에 육군은 당연히 하 중사를 전상자로 분류했다. 군 인사법 시행령 전상자 분류 기준표에 따르면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하여 상이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은 전상자로 분류한다.
그러나 보훈처 보훈심사위는 군 인사법 시행령과 달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관련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상 판정을 내렸다. 이전에도 군에서 발생한 지뢰사고의 경우 보훈처는 공상 판정을 내려왔다.
보훈처의 결정을 두고 과거 천안함 폭침 사건 부상 장병들에 대해 전상 판정이 내려졌던 선례를 감안해 규정을 탄력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훈처는 이에 대해 “하 중사가 이의 신청을 한 만큼 이 사건을 재심의할 예정”이라며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의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 중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글을 올린 상태다. 그는 “적에 의한 도발이라는 게 보훈처 분류표에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리 잃고 남은 것은 명예뿐인데 명예마더 빼앗아가지 말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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