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서브 제로’ 금리 주장이 월가의 공분을 사고 있다.
모간 스탠리와 씨티그룹, JP모간 등 제로금리 정책이 재개될 가능성을 열어 둔 투자은행(IB)조차 위험한 발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금융시스템이 초토화된 상황에도 연방준비제도(Fed)가 도입하지 않았던 서브 제로 금리를 강행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경기 부양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1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 혹은 이보다 낮게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또 한 차례 날을 세운 것.
연준의 금리인상이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거듭 주장했던 그는 기준금리를 크게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와 전직 연준 정책자들은 극단적인 발상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과격한 통화정책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처드 피셔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N과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유럽과 일본에서 실패한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마크 루치니 최고투자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경기 확장 기조와 사상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유지하는 경제가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할 경우 투자자들 사이에 고위험 거래가 봇물을 이루다 궁극적으로 금융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공룡 IB가 위기로 내몰리면서 금융시스템이 통째로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독일의 도이체방크가 대표적인 사례. 독일 최대 은행은 지난 2014년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눈덩이 적자에 허덕이는 한편 30%를 웃도는 시가총액을 날렸다.
지난 수개월 사이 국채 수익률 하락만으로도 이미 예대마진 축소에 수익성 적신호가 켜진 미국 은행권이 마이너스 금리 여건 속에 생존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번지고 있다.
1조달러를 향해 급상승하는 미국의 재정 적자를 감안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너스 금리 주장은 지극히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눈덩이 부채를 차환과 재융자를 위해 제로 혹은 마이너스 금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는 지속적으로 신용을 창출해야 하는 미국의 재정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데 월가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자문관은 최근 블룸버그의 칼럼을 통해 서브 제로 금리 정책이 은행 신용을 위축시키는 한편 비은행 금융업체의 고위험 거래를 부추기고, 금융 상품의 안전 장치를 약화시키는 등 시장 원리를 근간으로 세워진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준은 오는 17~18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00~2.25%에서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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