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최고위험 분류하고 중위험으로 판매
손실확률·손실폭 모두 코스피보다 낮아 안정적이란 반박
"평균적으로 손실 덜 난다고 해서 중위험 아니야"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최고위험'으로 분류된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이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홍보돼 팔려나갔다는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곧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을 열어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린다.
다만, 이 상품이 경험적으로 코스피200보다 손실 확률과 최대 손실폭이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나 '위험이 크지 않다'고 고객에게 설명한 것이 소비자를 기만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 하나은행 내부자료 '중위험·중수익' 표기 논란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하나ETP신탁 목표지정형_양매도 ETN'에 대한 10개월간의 검사를 마치고 사후처리 단계에 돌입, 조만간 제재심에 상정할 계획이다. 금감원 제재심에서는 불완전판매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며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제재가 확정된다.
하나은행의 양매도 ETN 불완전판매 이슈는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한국투자증권이 설계한 이 상품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고, 매월 코스피200 수익률이 ±5% 구간을 벗어나지 않으면 프리미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한다.
즉, 한 달 내 코스피 수익률이 ±5%을 넘어설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 손실 폭에는 제한이 없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고위험'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최 의원이 공개한 하나은행 직원용 내부자료에서는 이 상품이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나은행이 이 상품을 최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도 고객 응대에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홍보했을 공산이 큰 상황이다. 최고위험 상품을 중위험으로 소개했을 경우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
[자료=국회 최운열 의원실] |
◆ 코스피보다 손실 낮아…'위험 크지 않은 게 사실' 반박도
불완전판매 의혹의 한켠에선 고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위험'으로 소개하는 것이 적절했다는 반론도 있다. 이 상품이 기초지수보다 손실 규모가 적고, 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손실이 크지 않게 설계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금을 100% 잃게 될 확률은 최근 원금손실 사태를 일으킨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와 달리 극히 적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은행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상장지수펀드(ETF)·ETN 투자의 특징과 위험요인' 리포트는 코스피200을 기초지수로 하는 5% 외 가격 옵션 양매도 전략은 코스피200과 비교했을때 변동성과 손실확률, 최대손실폭이 모두 더 낮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코스피200의 월간 수익률을 기초로 분석했을 때, 월간 수익률 변동성은 코스피가 6.4%, 양매도가 3.1%이었고 손실확률은 코스피가 43%, 양매도가 33%였다. 최대 손실폭도 코스피가 21%, 양매도가 17.6%로 나타났다.
실제로 파생상품·옵션 전문가들은 양매도 ETN에 대해 '안정적인 상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코스피가 급격히 하락하더라도 코스피보다 손실이 적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 상품이 급등장에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증권가의 한 파생상품 트레이더는 "양매도가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프리미엄을 더 많이 주면서 코스피보다 가파르게 손해가 날 수 있는 구조를 취했을 때"라며 "이 상품은 양매도의 가장 보수적인 운용방법을 가져와 코스피와 같은 기울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
◆ 급등장에도 손실…원금손실 가능성 주의
양매도 ETN 상품은 하나은행에서만 약 800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양매도 상품은 전체 ETN 매수금액의 89%를 차지한다. 위험이 적고 수익이 안정적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가 뜨거워진 것.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지금 시점에 개입해 이 상품이 설계상 원금손실이 가능한 만큼 '최고위험' 상품이라는 걸 분명히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많다.
금융투자협회 표준투자권유준칙은 파생결합상품의 경우 대부분 최고위험으로 분류하는데, ETN의 경우는 모두 최고위험 상품이다. 파생상품을 이용해 손실을 줄이고 변동성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최고위험으로 분류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까지 얼마만큼 손실을 보였느냐보다는 기본적으로 상품이 설계될 때의 위험성을 감안해서 위험도를 정한다"며 "평균적으로 손실이 덜 난다고 해서 중위험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