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천만영화 대거 배출…콘텐츠 질도 영향"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추석 시즌이 다가오면서 사실상 여름 극장가가 막을 내렸다.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여름 극장가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7월 중순부터 8월까지는 극장가 성수기다. 한 해 장사를 결정짓는 시즌인 만큼 배급사들은 가장 공들인 작품을 꺼내놓는다. 올해 여름 전쟁에 뛰어든 건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의 ‘나랏말싸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사자’, CJ엔터테인먼트의 ‘엑시트’, 쇼박스의 ‘봉오동 전투’다. 모두 제작비 100억원 대의 영화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이제는 흥행의 척도가 된 ‘천만 영화’는 단 한 편도 탄생하지 못했다. 여름 시장에서 ‘천만 영화’가 나오지 않은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2014년 ‘명량’을 시작으로 2015년 ‘베테랑’ ‘암살’, 2016년 ‘부산행’, 2017년 ‘택시운전사’, 2018년 ‘신과 함께-인과 연’까지 매 여름 ‘천만 영화’가 나왔다.
가장 먼저 출격한 ‘나랏말싸미’는 그야말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세종대왕과 신미 스님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개봉 직후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100만 관객도 채우지 못했다. ‘청년경찰’(2017) 김주환 감독과 박서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사자’ 역시 혹평 속에 퇴장했다. ‘사자’의 누적관객수는 160만명이다. 두 작품 모두 350만명이 손익분기점으로 원금 회수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항일 영화 ‘봉오동 전투’는 474만 관객을 모았다. 앞선 두 영화와 달리 손익분기점(450만명)을 넘기긴 했지만,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반일’ 시류 덕을 본 것치고는 아쉬운 성적이다. 그나마 웃으며 돌아가게 된 건 ‘엑시트’다. 지난 7월 31일 개봉한 ‘엑시트’는 4일 900만 돌파에 성공했다.
하지만 ‘엑시트’ 역시 1000만 돌파는 힘들어 보인다. 개봉일이 오래돼 모객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여기에 추석 연휴를 겨냥한 새 영화들까지 개봉하면 버틸 힘이 없다. CGV 측은 “당장 11일에 한국 대작 세 편이 나란히 나오는 데다 개봉한 지 오래돼 흥행세가 추석 이후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을 듯하다. 극장은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열어줘야 하니 11일 이후로는 스크린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천만 영화’란 기준에서 벗어나도 올여름 극장가의 성적은 좋지 않다. 전체 관객수 자체가 줄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2018년 7~8월 관객수는 5003만4944명, 올해 같은 기간 관객수는 4672만8814명으로 전체 관객수가 약 330만명이나 감소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우선 지난해에 비해 크게 덥지 않아 극장을 찾는 사람이 줄었다. 또 상반기에 ‘극한직업’ ‘어벤져스:엔드게임’ ‘기생충’ ‘알라딘’까지 네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이미 극장을 많이 왔기 때문에 관객들의 관심이 다른 곳을 향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콘텐츠 자체의 문제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사실 올여름 엄청난 흥행을 할 만한 영화, 또는 관객이 재미를 느낄 만한 영화가 없었다. 콘텐츠의 질이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이 위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jjy333jj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