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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겨냥한 중거리미사일 韓 배치 요구 정치적·군사적 정당성 없다”

기사입력 : 2019년09월05일 17:21

최종수정 : 2019년09월05일 17:21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후 아시아 지역에 지상발사형 중거리미사일 배치 의향을 신호한 가운데, 한국에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정당하지 않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과 박정현 연구원은 4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미국은 한국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미국이 INF를 탈퇴하고 며칠 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미국은 이제 INF가 제한했던 미사일을 수개월 내로 아시아 지역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곧장 한국과 일본이 유력 배치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러시아의 INF 위반에 보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만을 비롯해 오키나와부터 괌까지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중국의 막대한 미사일시스템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오핸런과 박 연구원은 한국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요구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북핵이라는 최우선사안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 협력이 여느 때보다 절실하고 한국과 일본 간 마찰이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을 복잡하게 하는 상황에서 동맹에 대한 이러한 종류의 압력은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대북 접근법으로 채찍보다 당근을 우선시하는 문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는 일을 꺼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북한은 북한의 중거리미사일 배치 제안을 ‘새로운 냉전을 일으키는 무모한 망동’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이러한 제안을 한다면 미국은 한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는커녕 북한이 원하는 한미 동맹간 균열과 갈등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오핸런과 박 연구원은 지적했다.

또한 군사적으로도 한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울과 평양 간 거리는 240km 정도이고 북한의 주요 핵시설과의 거리도 402km 정도인 데다 북한의 전통적 군 기지의 80~90%와 한국군 및 미군 기지와의 거리는 이보다도 가깝기 때문에 북한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지상공격 미사일로 변환 중인 해상발사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 함선 또는 잠수함으로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원하고 군사적 결정에서 중국과의 긴장을 최소화하기를 원하는 한국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 효용성 문제를 배치 반대의 근거로 내세울 것이라고 이들은 예상했다.

오핸런과 박 연구원은 수천 년 동안 강국인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면서도 독립적인 문화와 정치를 유지해 온 한국으로서는 먼 나라인 미국과의 동맹은 등락을 보일 수도 있지만 지리적으로 항상 붙어 있어야 하는 나라는 중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논거가 지극히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2017년에는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강행했지만,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 실존하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중거리미사일 배치와는 성격이 다르고, 당시 중국의 반발도 억지스러웠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오핸런과 박 연구원은 미국이 지금 고민해야 할 문제는 한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냐가 아니라 15년 전 부시 행정부가 요구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북한 외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시 주한미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사전 동의를 한국에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주한미군과 함께 한국도 말려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이 제안을 거부했다.

오핸런과 박 연구원은 이 일은 노무현 정부 때의 일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양국 간 관계만 껄끄럽게 만들었던 유감스러운 그 일을 잊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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