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싱가포르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암호화화폐산업 토론회
"한국은 지나치게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개선해야"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글로벌 금융 허브로 부상한 싱가포르와 홍콩 등이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도 후진적 '규제'에 발목 잡혀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우리보다 먼저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선발주자들을 따라가기도 힘든 상황에 후발주자의 무서운 추격까지 걱정해야 지경에 처했단 것이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홍콩, 싱가포르의 인터넷전문은행 동향과 시사점에 참석한 (아랫줄 왼쪽에서 3번째)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참석자들의 모습. [사진=김진호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는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한국금융ICT융합학회가 주관한 '홍콩, 싱가포르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암호화화폐산업 동향과 시사점'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발전을 위해 과도하게 높은 대주주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대통령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제3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사실상 '좌초'된 상태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앞서 출범한 인터넷은행도 공정거래법 위반 등 까다로운 대주주적격성 심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단 지적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학회장은 "홍콩과 싱가포르는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산업에 대해 '규제'가 아니라 투명한 '규칙'을 통해 성장을 위한 우호적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얼마 전 제3인터넷전문은행이 불발되고 기존 두 개 은행도 자본확충에 비상이 걸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따르면 홍콩은 최근 8개의 인터넷은행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싱가포르는 하반기 5개의 라이선스를 발급할 계획이다.
홍콩의 경우 향후 6~9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연내 혹은 내년 초부터 본격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중국 본토에서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 중인 위뱅크(텐센트), 마이뱅크(알리바바), 시왕은행(샤오미) 등도 이번 인가를 받았다.
문종진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지난 2017년부터 스마트뱅킹 시대로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대주주 자격적합성 검증 완화 또는 폐지를 통해 새롭고 혁신적인 금융상품이나 서비스 제공의 출현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교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공정거래법과 같은 특정 법률 위반사항'이 인터넷은행 대주주 심사에 적용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고자 하는 산업자본은 최근 5년 이내 금융 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등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만 한다. 해당 이슈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자본확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 교수는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특정법률 위반으로 대주주 결격사유로 삼는 입법례가 없다"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규제가 목적이 아니라, 진흥 취지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어 "금융자본과 달리 건설·유통·통신 등 산업자본은 3~4개 사업자만 있는 과점시장에서 영업해 입찰 경쟁이 치열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은행경영과 무관한 사업분야일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의 범위를 중대범죄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김기홍 경기대학교 교수 역시 "싱가포르 역시 인터넷은행 주주 구성에 있어 산업자본에 대한 지분 제한이 없다"며 한국의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인터넷은행의 본질은 플랫폼으로 이를 축으로 금융외 타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이라며 "차별화된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시장 진입 필요 등을 위해서라도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