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른 지나서부터 일이 너무 재밌어요. 연기가 정말 고팠는데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은 부담 없이 정말 신나게 촬영했어요.”
배우 박하선이 복귀 작품을 통해 파격적인 변신에 성공했다. 금기된 사랑에 빠져 홍역을 치르는 어른들의 성장기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채널A)에서 그는 평범한 주부이지만 다른 남자에게 빠져드는 손지은 역으로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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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제가 지은인지, 박하선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들이 아픔을 겪는데 더 아프길 바랐죠.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웃음). 방송 끝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허전하네요. 여운이 오래 갈 것 같아요. 촬영이 유독 짧다고 느껴지고, 끝나는 게 아쉽더라고요. 작품도 너무 좋았지만 정말 최고의 팀을 만나 더 그런 것 같아요. 사람들이 너무 좋았던 드라마였어요.”
tvN ‘혼술남녀’(2016) 이후 복귀작으로 이번 작품을 선택한 박하선. 브라운관 복귀작이지만 파격적인 소재에 주연이라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그는 “연기가 너무 고팠다”고 말했다.
“일이 너무 좋을 때 개인적인 일들로 조금 쉬게 됐어요. 정말 연기가 고팠죠. 그래서 부담감을 넘어 신나게 촬영했어요. 다행히 감도 안 잃은 것 같아 준비도 많이 했고요. 쉬면서 여러 작품을 봤는데 자연스러운 연기가 트렌드인 것 같더라고요. 많이 고민하다 연기톤을 혼자 바꿔 연습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제 말투로 연습을 선보이자고 마음먹었는데, 그 첫 작품이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이었어요. 20대에는 일이 제일 힘들었죠. 근데 30대가 되니까 일이 제일 재밌더라고요. 제일 쉬운 일이 됐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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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대한민국에서 간통죄가 폐지됐지만 국민들에게 불륜은 예민한 소재다. 드라마에서 이런 소재를 선보일 때, ‘불륜 미화’ 또는 '불륜 조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번 작품 역시 이러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간통죄는 폐지됐지만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게 바로 불륜이잖아요. 그래서 현장에서 감독님, 배우들과 정말 많이 얘기하면서 장면을 고쳐나갔어요. 후반에는 그래서 베드신 자체도 안 나왔고요. 키스신이 있었는데, 그것도 상의 하에 삭제하기로 했죠.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촬영했어요. 완급조절에 신경을 많이 쓴 거죠.”
손지은을 연기한 박하선은 촬영 내내, 촬영 이후에도 아팠다고 털어놨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심할 때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만났고, 그만큼 작품에 빠져들었기에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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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끝나고 긴장이 풀리니까 정말 몸이 아프더라고요. 이런 건 ‘거침없이 하이킥’이 처음이었죠. 그때부터 캐릭터와 저를 분리시키기 시작했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단순히 가상의 인물을 만든 것뿐인데, 지은이와 정우(이상엽)가 진짜 헤어진 것처럼 아팠던 적도 있어요. 이렇게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땐 ‘두 사람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수도 없잖아요. 정우는 그냥 소멸됐다고 생각했어요. 소멸됐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더 쓰리더라고요. 그래도 사람은 사람으로 잊힌다고, 다른 작품에 들어가면 조금이나마 나아지겠죠?”
이번 드라마는 소재가 주는 민감함과 불편함은 있었지만 예상외로 40대 주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또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채널A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 2.0%(닐슨, 전국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말 여기서 받은 응원의 힘으로 평생 연기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포기하거나, 버티기 힘들 때 응원해주신 글을 보면 힘이 날 것 같더라고요. 예민한 장르 때문에 비록 호불호가 갈렸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뿌듯했어요. 귀한 시간에, 황금 같은 주말에 시청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동안 많이 쉬었으니까, 안 쉬고 연기할 생각이에요. 한창 재밌을 때, 열심히 해야죠.”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