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미중 무역 갈등 등 악재에 오너 리스크 겹쳐
계속된 수사에 성장 추진동력 위축...기업 경영 위기 우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대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 일부를 파기환송하면서 삼성의 경영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이 또다시 법정에 서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글로벌 악재 속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총수 부재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닥친 것이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30일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대표성을 띈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게 되면 경영활동을 이어 가는데 부담이 되지 않겠냐"며 재판 이후의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이 부회장은 삼성 총수로서 그룹 전반적인 경영에 관여 해왔다. 특히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부회장으로 회사 성장과 당면한 어려움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대규모 채용과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삼성전자의 해외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글로벌 주요 인사들을 만나며 네트워크 회복을 위한 행보를 보였다. 또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 대외적 현안 발생 시 위기대응 전면에 나섰고 각 사업장을 찾아 현장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내부 결속도 다졌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크다. 당장 거취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해도 재판 준비로 인해 현안을 대응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글로벌 전략을 수행하는데에도 한계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일본 수출 규제 같은 현안 발생 시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현지에 방문하고 글로벌 인사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지만,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자유롭게 나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 내부는 물론 재계에서도 그간 추진해 온 글로벌 1위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업황 둔화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악재에,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현안 대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 시대, 기술 혁신을 위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기업 성장을 위한 계획을 실행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받을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진다. 총수 부재가 삼성전자의 핵심적인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고 미래 사업 추진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미 한 차례 총수 부재를 겪으며 의사 결정 등에 어려움을 겪어본 삼성전자로써는 또다시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보이고 있다. 또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꼬리를 무는 수사가 이어지면서 리더십은 물론 내부 사기가 극도로 하락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적 악화나 수출 규제, 무역 갈등 등의 비상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오너를 중심으로 임직원들의 결속이 중요한데 현재로써는 이 모든 것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선고 이후 파기환송심이 이뤄지기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부회장은 법원 판결과 관계 없이 그간 계속해 온 현장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온양·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반도체 라인이 있는 평택사업장, 생활가전 생산 라인이 있는 광주사업장을 방문했다. 또한 지난 26일, 재판을 앞두고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