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한편 투자자들 사이에 디폴트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크게 고조됐다.
대통령 선거 예비 선거에서 예상 밖 결과가 나오자 포퓰리즘 정권이 세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아르헨티나 대선 후보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11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예비선거 투표장에서 손가락으로 승리의 ‘V’를 그리고 있다. 2019.08.12.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2일(현지시각)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장중 한 때 30% 이상 폭락, 달러 당 65페소에 거래된 뒤 낙폭을 25% 내외로 축소했다.
주식시장 역시 31%에 내리 꽂혔고, 10년물 국채 가격도 장중 25%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공격적인 매도가 쏟아졌다.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날 금융시장 낙폭은 경제 위기 및 디폴트 상황이 벌어졌던 지난 2001년 이후 18년래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 사이에 디폴트 리스크도 고개를 들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용부도스왑(CDS)가 반영하는 5년 이내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이 75%까지 치솟았다.
공포에 빠진 투자자들이 손실 리스크 헤지에 잰걸음을 하면서 아르헨티나 채권에 대한 CDS 가격이 수 년래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이날 금융시장의 패닉은 정치권 리스크에 뿌리를 두고 있다. 11일 대선 예비 선거에서 친 기업, 친 시장주의 인물로 통하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중도 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에 패배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일으킨 것.
마크리 대통령은 32.1%의 득표율을 기록해 47.7%의 표를 얻은 페르난데스 후보에 15%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패배했다.
10월27일로 예정된 대선을 불과 2개월 가량 앞둔 가운데 마크리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졌고, 이는 투자자들 사이에 실물경기와 및 금융시장의 악재로 해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르난데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주요국과 교역을 중심으로 마크리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을 놓을 여지가 높다고 보도했다.
특히 EU의 무역 협정 승인이 마크리 대통령의 외교적 기량에 달린 사안인 만큼 대선 결과가 경제 전반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 역시 투자 보고서를 내고 “페르난데스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면 아르헨티나에 좌파 포퓰리즘이 복귀할 가능성이 투자 심리를 강타했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환시 개입에 나섰지만 대선 전까지 페소화를 필두로 금융시장의 폭락 리스크가 이어질 전망이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윈 틴 외환 전략 헤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예비 선거 결과에 따른 충격이 크다”며 “하지만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의 혼란이 신흥국 전반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