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한국과 일본의 경제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양국 경제는 상호 의존도가 매우 깊어 정부의 수출규제와 소비자들의 보이콧으로는 분리가 힘들고 결별을 강행하겠다면 몇 년 동안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NYT는 양국 간 교역 규모가 850억달러(약 103조200억원)에 이른다며, 특히 일본은 한국의 첨단산업 부문에 원자재와 부품을 제공하는 주요 공급원이기 때문에 일본과의 단절은 한국에 더욱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려 수출규제 품목이 1000개로 확대됐으며 이 중 일부는 다른 공급원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출규제 대상인 포토레지스트는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첨단 제품에 필수 재료인데 일본이 전 세계 공급의 90%를 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 정부도 지난 14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대응했지만 이로 인해 일본이 받는 타격은 한국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 평가하며, “한국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은 경제적 피해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 상징적 의미”라는 다카야스 유이치 일본 다이도분가대학(大同文化大學) 경제학 교수의 말을 전했다.
다카야스 교수는 또한 “한국은 일본산 수입이 중단되면 더 이상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한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대기업들은 그나마 공급 중단에 맞설 경험과 자원이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어떤 제품이 영향을 받을지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NYT는 현재로서는 한일 양국 모두 경제적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글로벌 수요 둔화와 맞물려 일본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감소 추세에 있고 한국 수출은 스마트폰 시장 포화 여파로 일본보다도 가파르게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계 금융분석기관 TS 롬바드(TS Lombard)의 한국 및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로리 그린은 NYT에 “양국이 소재를 국산화하고 대체 공급원을 모색할 때까지는 몇 년 동안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관계를 억지로 떼려 한다면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긴밀히 얽혀 있는 공급망을 서서히 해체하는 것은 고통 없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