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집으로…’가 17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난다. 지난 2002년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 4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집으로…’는 도시에 살던 7살 상우(유승호)가 외할머니(김을분)가 사는 시골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집으로…' 스틸 [사진=CGV아트하우스] |
이야기를 지탱하는 감정은 모성이다. 할머니도 시골도 낯설기만 한 상우는 매일 반항하기 바쁘다. 말 못하는 할머니를 ‘병신’이라 놀리고 요강을 발로 걷어찬다. 고무신을 숨기고 비녀를 훔쳐 달아난다. 하지만 할머니는 상우의 투정을 모두 받아준다. 어떤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푼다. 이유 없이 품고 끝없이 다독인다. 그러면서도 더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한다. 매일 손으로 가슴에 원을 그린다.
이런 할머니의 모성은 천천히 관객에게 스며든다. 특별한 계기 없이 자연스레 우리 모두는 상우가 된다. 쓰러지는 나를 일으켜 주는 버팀목이자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밀어주는 모성, 하지만 늘 잊고 당연시하며 살아가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자극 없이 우직하게 걸어가는 전개 방식은 감동을 배가한다. 메가폰을 잡은 이정향 감독은 지나치게 극적인 감정이나 상투적인 장면들을 모두 거둬냈다. 보태지도 덜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담아냈다. 손자를 위해 닭을 잡고 초코파이를 사는 할머니의 거친 손, 화장실 앞에 쭈그리고 앉아 손자를 지키는 할머니의 굽은 허리, 꾸밈없이 담은 그 모습들이 주는 울림이 생각보다 크다.
영화 '집으로…' 스틸 [사진=CGV아트하우스] |
과거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있는 재미는 어린 유승호를 보는 거다. 어느새 어엿한 성인이 돼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그지만, 스크린 속 유승호는 햄과 콜라를 좋아하는 철부지에 불과하다. 할머니에게 앞머리를 잘라 달라고 요청했다가 바가지 머리가 돼 울상을 짓거나 치킨이 먹고 싶어 손짓 발짓과 함께 ‘꼬꼬댁 꼬꼬’를 외치는 꼬마 유승호를 놓쳐서는 안된다. 오는 9월 5일 개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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