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경우, 일본이 불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케이신문은 28일 한국의 WTO제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WTO 심리가 한국에 유리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주도면밀한 외교전략이 요구된다"라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내에서도 극우로 분류되는 언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수출규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기로 각의(국무회의) 결정하자, 한국도 12일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대항 조치에 나섰다. 한국 정부는 WTO에 일본을 제소하는 등의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안전 보장 상 수출관리일 뿐 무역제한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내에선 한국이 일본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도 같은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WTO 제소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아라키 이치로(荒木一郎) 요코하마(横浜)국립대 교수는 "WTO는 한국의 제소를 받아들여 일본의 조치를 심사할 뿐"이라며 "한국의 대항조치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WTO 분쟁해결 절차에 비춰봤을 때, 한국이 제소한 뒤에 일본이 연이어 같은 취지로 한국을 제소하는 것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WTO에 일본을 제소할 경우, 일본 정부는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21조를 근거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은 예외규정으로 군사전용의 우려가 있는 물자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제소했던 안건에서, WTO는 크림반도 분쟁을 배경으로 볼 때 러시아의 행동은 안보상 정당하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WTO에서 심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추가관세 관련 제소에선 WTO 관계자가 "러시아의 사례와 비교해 안보 상 이유가 약하다"고 밝히는 등, 미국이 불리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도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WTO제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28일 기자단에 "한국의 (제소)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어떤 형태로 제소할 것인지 생각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신문은 "한국이 사전에 속내를 밝힐 거라 생각하긴 어렵다"면서 "한국이 제소할 경우 일본이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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