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안보협력·경제에 모두 악영향" 한 목소리
문성묵 "지소미아, 안보협력 차원에서 유지 바람직“
신범철 "한국이 안보협력에 소극적이란 비판 우려"
박정진 "美, 신무기 도입·방위비 증액 요구할 수도"
한택수 "지소미아 관계 없이 한미일 공조 이미 없어"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정부는 재연장 여부 결정 시한을 이틀 앞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 한일 양국이 역사·경제 문제를 넘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으며 안보분야까지 전장을 넓힌 것이다.
당초 정부가 안보분야 협력의 중요성을 중시하고 있으며 특히 지소미아는 한미일 3국 협력과도 연계된 만큼 손을 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정부가 전격적으로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하면서 한미 동맹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청와대 전경. yooksa@newspim.com |
◆외신도 한미일 안보협력 훼손 가능성에 주목
정부는 지소미아를 재연장하지 않은 것이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귀국하며 “이 것은 한일 간 신뢰 문제로 촉발된 상황에서 우리가 내린 결정이고 한미 동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지소미아 때문에 흔들릴 한미 동맹은 아니다”면서 “지소미아에 대해선 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소통했고 미국은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외신들은 “일본의 엄격해진 수출 통제가 양국 간 안보협력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며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정부의 입장을 신속히 보도했으나 긍정적인 시선은 아니었다.
AP통신은 “한국의 결정으로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한층 더 악화될 것”이라며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체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의 노력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이해하되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지소미아 재연장 결정 시기를 앞두고 7월 말부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외교안보 고위급 인사를 잇따라 한국에 보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이들의 뜻을 외면했다.
미국 인사들은 “지소미아를 꼭 재연장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며 간접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한미일 공조라는 상위개념 아래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공조를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명분은 이해하지만 사실 한미 동맹이나 한미일 안보협력 차원에서 유지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과연 대화의 끈을 유지하고 외교적 해결을 하는 데 도움이 될지, 혹은 더 나쁜 상황으로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한일 관계가 파탄이 나거나 한미일 안보협력이 깨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한미일 안보협력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을 일본이 활용할 것이고, 미국도 지소미아를 깨트린 한국에 어떤 형태로든 불편함을 표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 10개국 연합) 관련 회의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3자 회담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19.08.02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美, 중재에 소극적…한일 동반 경제 피해 우려도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미국이 유감 표명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한미일 동맹에 균열이 갈 수도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시할 가능성은 있다”면서 “지소미아는 미국이 주선해서 체결하라고 했던 것이 아닌 만큼 일단 특정 국가의 편을 들지 않고 해당 국가 간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는 식으로 한발짝 물러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당장 한미 동맹과 한미일 군사정보 교환에 심대한 타격을 주지 않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했다. 실제로 지소미아가 체결된 2016년 이전에도 한미일 3국은 정보를 교류했다.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정보는 한일 간 혹은 미국을 매개로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보교환, 안보 공조라는 일반인들에게 막연한 개념을 넘어 미국발(發) 청구서라는 경제적인 타격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미국의 태도 때문이다.
박 교수는 “미국이 어느 시점에는 한일 중재를 시도할 수 있겠지만 한국과 일본에 ‘서로 간 안보 문제가 있으니 모자란 방위력을 채워준다’는 명목으로 신무기 도입이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한미일 동맹의 맏형인 미국의 말을 들어줄 수 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한미일 동맹에서 이득은 미국만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미일 안보협력은 이미 와해의 길을 걷고 있으며 지소미아 종료는 이를 확인해 준 사건일 뿐이라는 우울한 분석도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 3국 안보협력은 주로 미일 동맹을 말하는 것이지, 한국의 존재감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한택수 한국정책재단 전 이사장은 “지소미아 여부와 관계없이 한미일 공조라는 것은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한미일 군사훈련도 하면서 3각 편대를 만들고 싶었으나 한국의 반대로 저지됐고 손실감을 크게 느낄 것이다. 아시아에서 믿을 건 일본 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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