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로 9년간 수감생활 중 가석방으로 풀려나
법원 “수사기관의 폭행·협박으로 자백”…무죄 선고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박정희 정부 시절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돼 수감생활을 했던 김오자(69) 씨가 4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김 씨의 재심 선고기일을 열고, 김 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은 영장 없이 체포돼 상당기간 수사기관에 불법 구금돼 있었고, 그 과정에서 폭행·협박을 당한 점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한 자백 등은 위법한 구금상태에서 폭행·협박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고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우리 법원은 수사과정에서 입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같은 가혹행위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며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재일동포 간첩조작’ 피해자 김오자 씨(왼쪽)가 22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담당 변호인인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오른쪽)와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08.22 shl22@newspim.com |
김 씨는 선고가 끝난 뒤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무죄를 받을 수 있어 기쁘다”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변호사님이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은 1975년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시를 받고 유학생을 가장, 우리나라 학원에 침투한 간첩 21명을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긴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이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건을 맡았다.
이 사건으로 부산대학교 유학생이었던 김 씨는 구속돼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9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 2017년 김 씨는 당시 중앙정보부가 행한 고문·협박 등으로 허위 자백을 하게 됐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7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일본 동포들을 만난 자리에서 “독재 권력의 폭력에 깊이 상처 입은 재일동포 조작간첩 피해자분들과 가족들께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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