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평 중고차 단지, 사람은 없고 자동차만 주인 기다려
“불경기에 완성차 감소가 중고차 매물 감소로 이어져”
일본차 분위기 심각...“손님들이 꺼려 다른 차를 추천”
[편집자]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우리 국민들은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본 차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를 수입하는 국내 법인과 일선 매장 관계자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뉴스핌은 일본차 불매운동이 자동차 산업과 시장에 가져온 변화를 짚어보고, 전망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대규모 중고차 매매단지다. 지난 9일 지하철역을 나와 매매단지를 향하는 길이 한산하다. 주변에서 서성이며 손님들을 붙잡는 중고차 업자들조차 없다. 여름휴가 기간이라 그런지 상점들 중에 아예 문 닫은 곳도 보였다.
중고차 매매 단지, 업자 대신 차량이 복도를 가득 채웠다. [사진 = 송기욱 기자] |
중고차 딜러 A 씨는 “경기가 어렵다 어렵다하는데, 올해 중고차 거래 자체가 줄었다”면서 “예전에는 신차 상태의 중고차도 많이 들어와 현금으로 바꿔가는 손님들도 많았다. 일본 불매 운동과 일본차 매물은 크게 관계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차 단지 안 쪽으로 더 들어가봤다. 차를 둘러보는 고객도, 복도에서 고객들을 상대하는 딜러들도 찾을 수 없었다. 주인을 찾지 못한 중고차들만 상가 복도를 채우고 있었다.
중고차 딜러 B 씨는 “요즘은 더 상황이 안 좋다”며 “판매가 늘고 줄고를 떠나 워낙 경기가 안 좋다보니 찾는 손님이 많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건물에 들어가 차를 둘러보며 딜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본 중고차 분위기를 묻자, 딜러 C 씨는 “일본차는 원래부터 매물이 많지 않았다”며 “원하는 차를 찾으려면 좀 오래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날 만난 중고차 관계자들은 전체적인 중고차 시장 분위기가 더 침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직영 중고차 기업 K카 관계자는 “신차 고객이 줄면 중고차를 매물로 내놓는 고객도 없다”며 “아직 눈에 띄는 지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완성차 시장이 부진하면 중고차 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최근 중고차 시장 분위기가 하향세로 돌아선 것은 단지를 조금만 돌아봐도 체감이 가능했다. 특히 일본차 시장은 최근 급격히 번지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더 심각해 보였다.
일본 브랜드 7월 전월 대비 등록, 문의, 조회 증감률 [사진 = SK앤카] |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자동차 전체 판매 대수는 2674대로 전월 대비 32.2% 떨어졌다. 인기를 끌던 렉서스는 24.6%, 토요타는 37.5% 감소했으며 혼다는 41.6%, 닛산은 19.7% 각각 감소했다.
중고차 거래에 있어서도 일본 브랜드의 인기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SK엔카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차 구매고객의 일본 제품에 대한 조회수는 전월 대비 평균 18.1% 감소했다. 문의 건수 역시 15% 이상 줄어든 반면 일본 차를 매물로 내놓는 사람은 같은 기간 28.4% 늘었다.
부평에서 중고차를 매매하는 딜러 D 씨는 “요즘 일본차를 타면 수리나 주유를 거부한다고 해서 문의하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며 “물론 이는 불법이고 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 수준이겠지만 불매운동 관련해서 얘기하는 손님에겐 다른 차량을 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얼마 안가 감소세가 눈에 띄게 드러날 것”이라며 “소비자가 일본차 구매는 꺼리고 반대급부로 매물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불매운동 분위기가 일파만파 퍼진 만큼 일본 중고차 시세는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불매 운동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실제 일본 중고차 시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딜러들도 있었다.
수입차 전문 중고차 딜러 E 씨는 “불매운동이 당장 시세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몇 개월 더 있으면 모르겠지만 당장은 일본차를 싸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본 차 충성 고객층은 어차피 확실하기 때문에 불매운동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론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