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쿠건법’ 제정...아동 재산권 보호 장치
아동 창출 수익 15% 강제로 신탁계좌 예탁
“한국, 아동 유튜버 재산 보호해줄만한 법 없어”
[편집자주]‘키즈 유튜브’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대박 유튜버’를 꿈꾸는 어린이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익을 앞세워 신체적·정서적 학대로 보이는 콘텐츠까지 등장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유튜브 속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지만 법과 제도는 아직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관리·감독을 위한 예산과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종합 뉴스통신 뉴스핌이 ‘아동 유튜브’의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고민해 보겠습니다.
<목차>
①수익성 좇아…우후죽순 '제2의 보람튜브' 성행
②"수익 발생하면 아동노동"…학대 가능성 있다
③아이 앞세운 부모의 돈벌이, 아동 재산권은?
④국내 모니터링 '전무'…관리·감독 '구멍'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전세계 구독자 2100만명을 소유한 유튜브 채널 ‘라이언 토이스리뷰(Ryan ToysReview)’ 주인공은 초등학교 1학년생 라이언이다. 라이언은 2015년 부모의 도움을 받아 유튜브에 장난감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400여개의 영상을 제작했고, 페이지뷰는 312억에 달한다.
◆ 미국 아동 유튜버 수익 15%는 자동으로 신탁계좌에
11일 유튜브 조회사이트 소셜블레이드(Social Blade)에 따르면 라이언은 이날 환율 기준 최대 월 33억8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가 속한 또 다른 채널 ‘라이언 패밀리 리뷰(Ryan's Family Review)’는 월 최대 7억9000만원을 벌고 있다. 라이언은 매월 41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고 있어 백만장자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라이언의 부모는 라이언이 올린 수익 전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수익 중 15%는 강제적으로 신탁계좌인 일명 ‘쿠건 계좌’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국은 ‘쿠건법’에 따라 미성년자가 창출한 수익 중 15%는 신탁계좌로 예탁하도록 했다. 예탁된 돈은 오직 라이언만 찾을 수 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
쿠건법은 아역배우 재키 쿠건(Jackie Coogan)이 자신이 어머니와 계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탄생했다. 쿠건은 1921년 찰리 채플린 영화 ‘키드(The Kid)’에 출연, 당시 200만 달러에 달하는 돈을 벌었다. 이후에도 각종 활동을 통해 4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건이 21세가 될 때까지 수입 전부를 엄마와 계부가 관리했다. 하지만 방탕한 생활로 재산이 탕진되자 쿠건은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하지만 남은 재산은 그 절반에 불과했다.
◆ “국내 아동 유튜버 재산권 보호는 사실상 불가”
미국과 달리 국내에는 아동 유튜버 재산권 보호에 대한 법·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 민법상 부모는 자녀 재산 모두에 대한 관리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재산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면 재산관리권을 박탈시킬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재산 관리를 똑바로 하지 못한다는 증명이 있어야 한다. 특히 재산관리권 박탈을 요청할 수 있는 주체는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 뿐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남기연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부모가 재산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는 입증의 문제가 있다”며 “부모한테 아이 재산을 어디다 썼는지 세무신고 하듯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의 재산관리권을 박탈해도 친척 등 누군가가 또 아이의 재산을 관리해야만 한다”며 “오히려 재산관리권 박탈이 악용될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친권자의 재산관리권 박탈을 제외하면 아동 유튜버 재산을 보호해줄만한 법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을 통해 청소년 연예인에 대한 금지행위, 학습권, 휴식권 및 정신적 건강 등 기본적 인권 보호를 위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재산권과 관련된 조항은 없다.
더구나 아동 유튜버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서 규정한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에 해당되는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결국 아동 유튜버가 벌어들인 돈을 부모가 도박이나 주식 등으로 탕진해도 제재 방법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남 교수는 “아동 유튜버를 대중문화예술인으로 볼 수 있을까는 해석의 나름”이라면서도 “공식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논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만일 아동 유튜버가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에 적용 대상이 된다고 해도 재산에 대한 보호는 특별히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들의 재산을 어떻게 보호·보장할 것인지 구체적인 법 조항은 아예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