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기업들의 돈 가뭄이 위험 수위다.
27년래 최저치로 후퇴한 성장률에 미국과 무역 냉전이 맞물리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경색이 두드러진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현금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차용확인서(IOU) 발행을 남발하면서 해당 물량이 2000억달러를 넘어선 상황.
이는 과거 중국 기업의 줄도산과 금융위기가 벌어졌던 상황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월가의 투자자들이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금융권에 2000억달러를 웃도는 물량의 IOU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IOU 규모는 211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이후 최근까지 발행 물량은 더욱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은행권의 대출 확보가 비교적 용이한 대형 국영기업을 제외한 대다수의 업체들이 현금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벌어진 결과다.
3조1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손에 쥔 중국에서 극심한 돈 가뭄이 발생한 것은 은행권이 국영 대기업을 제외한 업체에 여신 제공을 꺼리고 있기 때문.
건설업을 중심으로 디폴트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데다 정부의 규제를 빌미로 주요 은행이 돈줄을 조이고 있다.
이와 함께 성장 둔화와 관세 전면전에 따른 충격이 기업 수익성과 유동성 흐름을 강타,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이 IOU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채권을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 현금을 마련해야 할 만큼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약 20년 전 중국이 두 자릿수의 성장 과열을 연출했을 때도 IOU 발행이 급증했고, 기업들이 연쇄 도산 위기를 맞으면서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IOU 규모는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860억달러 가량에 불과했다. 최근 눈덩이로 불어난 IOU 물량에 시장 전문가들이 불안감을 내비치는 이유다.
시카고 소재 폴슨 연구소의 다이니 맥메이언 연구원은 NYT와 인터뷰에서 “과거 금융권 리스크를 촉발시켰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며 “경기 하강 기류와 무역 전면전이 맞물려 기업의 자금난이 크게 악화된 사실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IOU는 발행 기업이 미래 특정 시점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겠다는 내용을 약속한 문서일 뿐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 이 때문에 디폴트와 유동성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는 경고다.
중국의 민간 수요는 2017년 말 이후 둔화되고 있고, 건설 시장의 한파는 위안화 및 달러화 표시 채권의 디폴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과 무역 냉전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는 만큼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