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언 변호사, 5년 넘게 누진제 집단소송 14건 이끌어
“승소하면 국민들에게 부당 전기요금 40조 환원 가능”
“오는 9월 소송 마무리되면 정계 진출 공식화”
“정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기능”
“노 전 대통령 영향력 없이 직접 돌파해 나갈 것”
[서울=뉴스핌] 이보람 장현석 기자 = 1만여 명이 넘는 전력 소비자들의 선두에서 40년 넘게 공고히 유지돼 온 전기요금 체계와 5년간 끈질긴 법정 다툼을 이어가는 법조인이 있다. 14건의 관련 소송을 끝으로 정계 진출을 공식 선언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 변호사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변호사. 2019.08.02 mironj19@newspim.com |
곽상언 변호사는 지난 2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승소하게되면 전 국민들이 40조를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한전은 불공정한 요금 규정으로 과다한 이득을 봐 왔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곽 변호사가 관련 소송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2012년. “당시 몸이 많이 아파 3개월 정도 누워 지냈는데 아내가 어느 날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왔다고 얘기했어요. 몸이 다 나으면 이유를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곽 변호사는 건강이 회복된 후 2년의 연구 끝에 한전이 공공재인 전기의 요금 체계 근거를 법이 아닌 ‘약관’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데서 일차적인 문제점을 발견했다. 약관의 내용 자체도 불공정하다고 봤다.
이에 곽 변호사는 불공정한 약관에 따른 과금이 무효라는 점을 법원에 주장해 국민들이 부당한 전기요금을 반환받는 등 국민들에게 이익이 환원되도록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쉽지만은 않았다. 2014년 법원에 첫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사비까지 털어야 했다.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재판 14건 중 1심 기준 9건이 패소하면서 이런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처음부터 변호사 보수를 받지 않았습니다. 아니, 받을 수 없었죠. 처음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한 가구당 1만5000원, 청구 기간이 늘어나면서 5만원 씩 받은 정도고 받은 돈은 모두 법원에 냈습니다. 이후 2심과 3심까지 가는 비용도 전부 사비로 충당했어요.”
곽 변호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판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이미 국민들은 이 소송으로 5조원 가량의 전기요금을 인하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에는 아무도 몰랐던, 은밀하게 감춰졌던 불공정함을 알 수 있었고 그 불공정함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게 이 소송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변호사. 2019.08.02 mironj19@newspim.com |
이들 소송은 이제 대부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5건의 누진제 관련 소송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서울고법에서는 9월 2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상황이다.
곽 변호사의 다음 계획을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정계 진출’이었다. 내년 4월 총선을 노리는 것이다.
그는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연구와 분석, 준비할 수 있는 서면 자료들은 모두 끝낸 상태다. 결과가 승소로 나든 패소로 나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누진제 소송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동안은 이를 우려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9월을 기점으로 곧 출마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치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기능’이고 정치인은 이 가능성을 현실로 끌어들이는 사람”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정치를 봐왔다”고 자신의 정치적 이상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누진제 소송 역시 불합리한 점을 자각하고 이를 바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계 입문을 결정하기까지 고뇌의 시간도 역력했다. “제가 정치하는 걸 누가 좋아할까요. 조심스러운 세월이 15년이 넘어요. 이제 어느정도 대통령의 인척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역할은 다 했다고 봅니다. 어르신(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나 어려움을 제 것으로 만들려고 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요. 이제 제가 직접 돌파해 나갈 생각입니다.”
가족들도 곽 변호사의 결정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아내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의견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말을 아꼈다. 또 “지금은 아직 가시화된 게 없기 때문에 9월 정도 판결을 보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선 진행 중인 소송에 역량을 다한 뒤, 구체적인 정계 진출 방향 등을 설정해 나갈 계획이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