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러시아가 INF 조약을 불이행했다고 비판한 뒤 중국까지 포함한 새로운 군비 통제 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6개월의 시한을 주고 러시아의 성의 있는 조약 준수를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INF 조약 소멸은 오로지 러시아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폼페이오 장관은 2000년대 중반부터 러시아는 조약에 위배된 미사일을 개발·생산·시험해왔다면서 미국이 2013년 러시아에 대한 첫 우려를 제기했지만 러시아는 지난 6년 간 조약 이행으로 복귀시키려는 노력을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거부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미국은 러시아에 불이행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 수년간 그랬던 것처럼 조약 의무사항을 이행하는 대신 이에 위배되는 미사일을 보유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에 과거 양자 조약을 넘어서는 새로운 무기통제의 시대를 추구함으로써 새로운 장을 시작하도록 하는 임무를 맡겼다”면서 “앞으로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진정한 안보 결과를 전하도록 이 기회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INF 조약은 냉전이 한창이던 지난 1987년 12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했고 이듬해 발효됐다. 조약에 따라 양국은 500~5500㎞의 중·단거리 미사일 2692기를 폐기하고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추가로 개발·생산·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INF는 양국의 군비 경쟁을 억제하는 한편 탈냉전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87년 12월 백악관에서 INF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러나 미국은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INF를 조약을 어기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개발, 배치하고 있다면서 탈퇴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엔 러시아측에 협정 준수를 위한 마지막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약 탈퇴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INF 체결 당시 제외됐던 중국까지 포함시켜 새로운 군비 통제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의 INF 탈퇴로 양국이 주도하는 군비 경쟁이 다시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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