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민생 투자 그룹(CMIG)이 다음달 만기 도래하는 5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의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규모가 작은 건설 업체를 중심으로 중국 디폴트가 가파르게 상승한 데 이어 대형 금융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자 눈덩이 부채의 후폭풍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경고가 고개를 들었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2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27년래 최저치로 후퇴한 가운데 디폴트 리스크가 대기업으로 번질 경우 작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CMIG는내달 2일 만기 5억달러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업체가 다음달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올들어 최대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 디폴트가 되는 셈이다.
쿠폰 수익률 3.8%의 해당 채권은 CMIG의 자회사인 붐 업 인베스트먼트가 발행했다. 디폴트 리스크가 전해지면서 이날 채권 가격은 30% 이상 폭락, 액면가 1달러 당 50센트에 거래됐다. 투자자들이 디폴트를 확실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CMIG는 보험과 부동산, 항공기 리스 등 굵직한 사업체를 보유한 대기업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대규모 인프라 건설인 이른바 신(新)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하는 기업이다.
또 국내에서는 호텔 리조트 업체 아난티 주주로 이름을 올리며 투자자들 사이에 관심을 끌기도 했다.
소식통은 CMIG의 유동성 위기가 단기 자금을 조달해 장기 자산을 매입하거나 프로젝트를 벌인 데 따른 결과라고 전했다.
매출 부진과 수익성 악화도 CMIG흫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중국 현지 신용평가 기관인 차이나 브릴리언스 크레딧 레이팅 앤 인베스터스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업체의 매출액이 144억위안(21억달러)로 반토막이 났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12억6000만위안으로 77% 급감했다.
반면 업체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6월말 현재 2321억위안(337억달러)로 3년 사이 무려 134% 급증했다. 같은 시점 총 자산이 3096억위안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부채 규모가 위험 수위라는 지적이다.
경기 하강 기류 속에 기업 디폴트가 늘어나면서 세계 2위 경제국의 총체적인 위기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 따르면 연초 이후 디폴트를 낸 중국 기업은 20여개에 이르고, 금액 기준으로는 330억위안으로 파악됐다. 특히 역외 달러채 디폴트가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기업, 가계 부채는 총 40조달러로, GDP의 300%를 넘어섰다.
싱가포르 소재 뱅가드 마켓의 스티븐 이네스 파트너는 CNN과 인터뷰에서 “중국 디폴트의 절반 가량이 민간 제조업계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천문학적인 부채에 의존한 중국의 성장 모델이 한계를 맞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