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기업의 회사채 디폴트가 올들어 3배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디폴트 규모가 사상 최고치로 상승한 데 이어 채권시장의 파열음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최근 상황은 미국과 무역 협상 난기류와 맞물려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10일 2000억달러 물량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25%로 올릴 경우 한계 기업을 중심으로 디폴트와 파산이 속출할 것이라는 경고다.
중국 위안화 지폐 [사진=블룸버그] |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이 중국 기업의 회사채 디폴트 규모가 3920억위안(58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4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디폴트가 1200억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또 한 차례 최대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중국의 회사채 디폴트가 2017년 말 이후 가파르게 뛴 것은 정부의 금융 정책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을 중심으로 가라앉는 실물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중국은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에 무게를 두는 한편 은행권의 기업 대출 확대를 종용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른바 그림자 금융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고, 이 때문에 자금줄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회사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회사채 시장 전반에 걸쳐 단기물 비중이 늘어난 것도 디폴트 리스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회사채 만기가 짧아지면서 기업들이 차환 발행 주기가 짧아졌다”며 “이와 동시에 은행권이 재무건전성이 부실한 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있고, 그림자 금융이 마비 증세를 보이면서 기업들 숨통을 조이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의 과도한 부채에 대한 경고는 글로벌 투자자 및 국제기구 사이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중국 기업의 부채는 GDP의 155%에 달했다. 이는 같은 시점 일본과 미국 수치인 100%와 74%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국영 기업을 중심으로 부채 규모가 위험 수위로 늘어났고, 수출과 국내 수요 둔화를 동반한 성장 저하가 지속될 경우 대규모 디폴트가 발생할 것이라고 OECD는 경고했다.
중국 정부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 이른바 디레버리지(부채 축소)에 적극 나섰지만 지난해 미국과 관세 전면전을 벌인 데 따른 충격이 가시화되자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한편 회사채 디폴트가 급증하면서 은행권 리스크 역시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기업이 달러화 표시 회사채의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자금 제공을 보증하는 조건으로 신용라인을 제공한 은행들이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민셍 인베스트먼트 그룹이 8억달러 규모 달러화 표시 회사채의 이른바 연쇄 지급 불능 조항이 발효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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