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단독] 이중적인 日 정부...中 징용 피해 수차례 배상, 韓에는 경제보복

기사입력 : 2019년07월15일 06:07

최종수정 : 2019년07월15일 08:19

나란히 배상청구권 포기했던 韓·中, 개인 배상은 '판이'
징용 가해 日 기업들, 中 피해자에 수십억씩 들여 배상
니시마츠·가지마 건설, 미쓰비시광업 등 수천명에 사죄
독일도 무려 170만명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 전례
전문가 "日 주류, 가해자가 피해자 비난하는 쪽으로 변화"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을 두고 일본 정부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중국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차례 배상이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같은 징용 배상 문제를 놓고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상반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중국에는 징용자 배상을 수차례나 수용하면서도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은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경제보복 조치를 가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와 통일부,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12년 전 일본 최고재판소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법적인 배상은 불가하지만 일본 기업이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은 자발적인 기금을 조성해 중국인 피해자들에게 수십억원을 배상했다.

그러나 최근의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제안한 '한·일 기업의 자발적인 기금 조성을 통한 피해자 위자료 지급' 중재안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中 피해자, 日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 조성해 배상
    반면 韓·日 기업 공동기금 조성 제안은 '거절'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겸하는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 2007년 4월 27일 중국 강제징용 피해자 뤼모씨 등이 니시마츠 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니시마츠가 이 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기대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법적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일중공동성명 5항에 따른 청구권 포기의 대상이 된다"면서 기각했다.

이에 따라 니시마츠 건설은 법원의 판결 정신을 살려 지난 2009년 10월 중국인 피해자 360명에 대해 사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총 2억5000만엔(한화 약 32억원)의 보상금을 단계적으로 지급했다.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한 일본 기업은 니시마츠 건설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0년에는 일본 가지마 건설이, 2004년에는 닛폰야킨코규가 중국인 피해자에 대해 각각 배상했다.

최근에는 지난 2015년 미쓰비시광업이 중국인 피해자 3765명을 대상으로 사과와 보상을 위해 1인당 10만위안(한화 1870만원)을 지급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제안한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인 기금 조성을 통한 위자료 지급과 화해 제안에 대해 1시간 만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제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는 "일본이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한 적이 있고, 독일도 무려 170만명에 이르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했다"며 "일본과 독일 모두 배상시에는 가해국 기업들만이 기금을 조성했으나 우리의 중재안은 우리 기업까지 기금 조성에 참여하므로 우리가 더 많이 양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들의 행진 모습[서울=뉴스핌]

◆ 中도 전쟁 배상 받았지만...日 기업들, 中 징용자 피해 배상에 수십억씩 선뜻 내놔
    조진구 "日, 中에 40년 동안 30조원의 엔차관 제공...징용 피해, 빚 갚는 성격"

한국과 중국은 각각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1972년 중일공동성명으로 일본에 대한 전쟁배상 청구권을 각각 포기했다.

한국은 배상청구권을 포기하면서 일본으로부터 무상공여 3억달러와 유상차관 2억달러, 상업차관 3억달러 등 총 8억달러를 받았다. 그 이후 포스코 설립·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의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로 썼다.

중국의 경우 우리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중국은 1972년 중일공동성명으로 전쟁배상 청구권을 포기했고 이후 1978년 중일평화우호조약을 체결, 이듬해인 1979년부터 일본의 엔차관과 무상 경제협력자금 등을 지원 받았다.

일본의 대중(對中) 경제원조는 1979년부터 시작돼 지난해인 2018년까지 무려 40년 동안 이어졌다. 일본은 유상자금 협력(엔차관)과 무상 자금협력, 기술협력 등 총 3조엔(30조170억원) 이상을 공여해 중국 경제성장을 지원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사실상 배상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많은 엔차관을 받았고, 그게 중국이 경제발전을 하는데 도움이 크게 됐다"며 "일본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배상청구권을 포기한데 대한 마음의 빚을 갚는 성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安倍信三)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일공동성명, 청구권 포기했지만 '민간' 언급 없어
    청구권협정, '양국과 국민 청구권 최종 해결' 명시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포기했던 협정과 성명의 문구에서도 차이가 있다.

한일청구권협정은 제2조에서 '양국과 그 국민의 재산·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고 명시했다.

반면 중일공동성명에서는 중국 정부가 일본에 대한 전쟁배상 청구권을 포기한다고 했을 뿐, 민간이 포기한다는 언급은 없다.

이에 따라 중국 외교부는 중국 정부가 포기한 청구권은 전쟁 배상에 제한 될 뿐, 국민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판결 이전까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국민 개인의 청구권까지 모두 해결됐다는 자세를 취해왔다.

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강제징용 피해자와 일본 기업 간의 화해를 유도하는 방향의 중재안을 내놓은 것은 이전과 확연히 다른 태도다.

외교가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달라진 태도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중재안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반도체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로 경제보복까지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그동안 평화헌법으로 상징됐던 화해 추구의 일본에서 이제는 아베 총리가 생각하는 공격적인 일본으로, 예컨대 가해자가 피해자를 비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본 주류세력의 기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goeu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