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 FTA 등으로 대응책 마련…저임금 매력도 여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의 최대 수혜국이었던 베트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표적으로 떠올랐지만, 저임금을 무기로 내세운 베트남 경제 성장세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무역 전쟁이 지속되는 사이 지난해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가 400억달러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베트남이 미국의 중대 교역 파트너로 급부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을 향해 관세 부과를 암시하는 등 분위기는 반전됐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로, 당시 미 재무부는 베트남을 환율 조작이 가능한 국가로 감시 목록에 추가했다.
지난달 2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 도중 “베트남이 중국보다 우리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면서 “베트남이 누구보다 가장 나쁜 남용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이어 지난주 미국 상무부는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부 한국 및 대만산 철강제품에 최대 456%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움직임 이후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과 기업인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지난주 정부 관계자들에 자국 통화 정책에 대한 미국 반응을 더욱 면밀히 주시할 것을 주문했다.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소 교수 알렉산더 부빙은 “베트남이 매우 염려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움직임이 어떤 것이 될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베트남 수출액이 25% 급감하고 이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이 증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베트남이 무역전으로 입은 GDP 0.5%포인트 수준의 수혜를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하지만 메콩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담 맥카티는 무역 긴장이 고조되기 전에도 베트남은 이미 저임금을 바탕으로 중국을 떠나 몰려드는 많은 기업들 덕분에 수혜를 입고 있었으며, 그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꾸준히 베트남 경제 성장을 떠받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역 갈등이 있어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 근본적인 경제적 동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중국은 이미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 등 단일 시장에만 의존했을 때 오는 무역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데,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십여 곳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도 했으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로 캐나다와 일본 등에 무관세 진입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매체는 베트남 기업들 역시 미국의 관세 위협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고 대응책 마련에 힘쓰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베트남 태양전지패널 제조업체 IREX 최고 운영책임자 팜 띠 뚜 뜨랑은 "미국이 베트남에 관세를 높여도 사업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회사 세일즈 부서도 신규 시장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