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재건축 실수요·투자수요 위축..단기적 집값안정 효과"
"중장기적 아파트 품귀현상..5~10년 후 집값 더 오를 수도"
"분양시장 외 프리미엄 시장 형성될 수도..투기 부추긴 꼴"
"후분양→선분양 전환시 공급위축 제한적..적용시점 중요"
[편집자]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꿈틀대자 정부가 분양가상한제의 민간택지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도 도입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어 조만간 확정,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2015년 사실상 폐기된 제도로 길게보면 집값 안정에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앞서 그 실효성을 짚어봅니다.
<목차>
①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3.3㎡당 6000만원?"..고가 후분양 차단
②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주변시세보다 20% 안팎 낮아질 듯
③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전문가 "강남 재건축 타겟..장기적 부작용"
④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건설업계 "공급 축소, 수익성 하락 불가피"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시장의 영향이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강남 고가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안정화에 기여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아파트 공급이 줄어 집값 오름세가 다시 나타날 것으로 관측한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가 일시적인 집값 안정화 효과를 가져오겠지만 중장기적으론 강남 주택에 대한 대기수요를 해소할 방안이 없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홍종현 미술기자] 2019.11.07 cartoooon@newspim.com |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분양가상한제가 확대 도입되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상당히 저렴하게 공급될 것이기 때문에 재건축 단지의 기대 수익이 하락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실수요 및 투자수요가 감소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강북은 재건축 단지가 많지 않은 데다 6억원 이하 중소형 저가아파트가 많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해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위축에 따른 가격 급등 위험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금 부동산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공급물량도 아직 남아있는 만큼 향후 몇 년간은 집값이 급등하기 어렵다"며 "공급물량이 소진되고 건설사, 시행사들의 재건축사업 포기가 이어진다면 여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주택에 대한) 대기수요가 쌓인다면 시장에서 이를 해소할 대안이 사실상 없다"며 "정부가 강남 공공택지에 저가아파트를 많이 공급하면 되지만 그럴 땅을 구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돼도 실질적 집값 안정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분양시장과 별개로 분양권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필명 빠숑)은 "서울 아파트는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다 수요층에 포함된다"며 "분양가상한제로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싸진다면 부산, 제주를 비롯한 지방 뿐 아니라 심지어 해외에서도 수요가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시장과 별개인 분양권 프리미엄 시장은 더 활성화될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로) 기존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기는 커녕 프리미엄 시장이 별도로 만들어져서 정부가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조합이나 건설사는 민간사업자지 공공조직이 아니다"며 "분양가상한제로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면 이들이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고 주택공급 물량이 점점 줄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신·구축 아파트 매물이 많아야 한다"며 "공급이 줄어들면 향후 10년간 신축아파트와 갓 입주한 준(準)신축 아파트는 부르는 게 값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싸지면 로또아파트에 당첨된 소수만 이득을 보는 것"이라며 "나머지는 공급감소로 집값이 올라서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와 달리 분양가상한제가 집값 폭등을 불러오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는 △수요자들이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공급부족'보다는 '재건축사업 수익성 악화'에 초점을 맞추거나 △재건축 시행사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고자 후분양에서 선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장 참여자들이 재건축·재개발의 수익성 악화에 초점을 둔다면 재건축·재개발시장은 투자수요가 끊겨 냉랭해질 것"이라며 "굳이 집을 사지 않고 싼값에 분양을 받으려는 대기수요가 늘어나 집값이 단기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이 언제인지도 중요하다"며 "현재 재건축·재개발의 분양가상한제는 철거 시점의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시점을 분양 직전의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으로 바꿀 가능성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상한제 적용대상 단지들이 대폭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던 단지들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기보다는 선분양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며 "이 점만 감안하면 공급위축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수요자들이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공급 부족'에 더 초점을 맞춘다면 집값 불안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재건축 단지가 집중된 강남권뿐 아니라 재개발 중심의 강북권과 수도권까지 확대된다면 파장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 초기단계의 재건축 단지들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이미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며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면 재건축 사업성이 더 떨어져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