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참아도, 이틀은 심한 것 같다" 학부모 불만 고조
맘카페 등에도 불만글 잇따라
급식 체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총파업으로 일부 학교에서 이틀째 급식이 중단되면서 불가피하게 자녀의 끼니를 챙겨야 하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지난달 인천의 한 고등학교 급식에서 고래회충이 발견되는 등 급식의 위생상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태에서 파업을 이유로 한 급식중단 사태까지 발생하니 그간 쌓였던 불만이 서서히 표출되고 있는 모양새다.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만난 학부모 정혜영(38) 씨는 "하루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이틀이나 급식이 안나오는 건 조금 그렇다"며 "파업 명분 자체도 애들 배 굶겨가면서까지 주장할 정도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는 총파업 여파로 전날부터 이틀간 단축 수업을 진행했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를 대신해 손녀를 데리러 왔다는 김우호(66) 씨는 "전날에는 아이 엄마가 회사 반차휴가를 내고 아이를 데리러 왔는데 오늘은 어렵다 해서 내가 용인에서 올라왔다"며 "잘 해결되길 바라지만 여러모로 불편한 건 사실이다. 다행히 내일부터는 급식이 나온다 하니까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이틀째인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급식 대신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2019.07.04 mironj19@newspim.com |
학부모들이 주로 모여 있는 온라인 맘카페에도 급식 중단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졌다.
두 명의 초등생을 키우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워킹맘이 애들 세명 도시락 싸려면 새벽 다섯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다"며 "매년 한두번은 아이들 볼모로 파업이 일어나는 것 같다. 왜 피해는 아이들이 봐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겨우 3일이니 괜찮겠거니 싶었는데 아니었다"며 "단순히 도시락 싸주는 거야 괜찮아도 요즘 날씨에 음식이 상하진 않을까 싶어 하루종일 신경 쓰인다"고 했다.
심지어 "애들한테 빵 하나 던져주고 나갈 만큼의 직업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무슨 처우개선을 바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판글도 있었다.
이번 기회에 학교 급식 체계를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 인력을 대체 채용해 향후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급식 중단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비판 의견도 있었다.
슬하에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다는 구영석(45) 씨는 "급식 조리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툭하면 파업하는데도 급식의 질은 오히려 더 안 좋아지고 있다"며 "그냥 무상급식을 철폐하고 각자 돈내고 안전하고 맛있는 급식 먹었다면 이런 복잡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기 동두천시에 거주한다는 한 학부모는 "본인들이 선택한 길이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보고 들어온 공무원들이랑 같은 대우를 바라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파업하는 사람들 대신에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을 새로 채용해서 대우해주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학교 급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올 만큼 위생 상태가 안좋아서 나는 급식 조리원들이 예전부터 파업하고 있는 줄 알았다"며 "아무리 무상이라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비꼬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이틀째인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2019.07.04 mironj19@newspim.com |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만454개 학교 중 급식이 중단된 학교는 2177곳이다. 8277곳은 정상적으로 급식을 운영한다. 전날 6891곳 대비 1386개 학교가 급식을 정상 운영 하는 셈이다.
급식 중단 학교 중 빵과 우유 등으로 대체 급식을 하는 학교는 1194곳, 도시락을 지참토록 하는 학교는 377곳, 기타는 91곳으로 집계됐다. 109곳은 급식이 필요 없도록 단축수업을 하고 406곳은 기말고사 기간이라 급식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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