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두바이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오는 7일(현지시간)부터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도 상한(3.67%)을 지키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3일 이란 IRIB 방송에 “우라늄 농축도가 7일부터 3.67%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 핵협정이 정한 상한과 상관없이 우라늄 농축도를 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1일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란이 핵협정에서 정한 저농축(3.67%) 우라늄 저장한도(육불화우라늄 기준 300kg, 우라늄 동위원소 기준 202.8kg)를 초과했다고 밝혔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사실임을 확인했다.
미국의 핵협정 탈퇴 1주년인 지난 5월 8일, 미국의 제재 재개에 맞서 저농축 우라늄 저장 한도를 초과하겠다고 발표한 1차 핵협정 위반 조치를 행동에 옮겼음을 밝힌 셈이다.
이에 유럽의 핵협정 서명국들은 2일 이란의 핵협정 위반에 ‘극도의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고, 이스라엘은 이란과 미국 간 군사 충돌에 개입할 가능성에 대비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이란 지도자들이 행동 방침을 바꿀 때까지 이란 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날 2단계 조치로 우라늄 농축도를 상향을 강행하겠다고 경고하며, 사실상 본격적으로 핵협정 파기 수순에 들어갔음을 신호했다.
핵협정에서 정한 상한선인 우라늄 농축도 3.67%는 전력 생산에 알맞은 수준으로, 농축도가 90%에 이르면 핵폭탄급 물질로 간주된다.
우라늄 농축도 상향은 이처럼 핵무기 개발의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이란이 유조선 피격과 미군 드론 격추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면 중동에서 무력 충돌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미국 정부는 핵협정으로 인해 이란의 브레이크아웃 타임(핵무기 개발을 결정한 후 보유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2~3개월에서 1년 반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한 다른 서명국들이 핵협정을 지키고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복원을 막지 않으면, 아라크 중수로도 핵협정 이전 상태로 되돌려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상태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 전에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이 핵협정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면 우리는 우라늄 저장한도를 상한 밑으로 되돌릴 것”이라며 최후통첩은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5월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귀한 데 이어 올해 5월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이에 유럽 서명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달 28일 핵협정 유지를 위해 이란과 차관급 공동위원회를 열었으나, 이란은 ‘유럽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이란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의 핵무기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핵 경쟁을 촉발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미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1일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중동에서 핵무기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압바스 아라치 외무부 차관과 헬가 슈미트 유럽대외관계청(EEAS) 사무총장 등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포괄적공동계획(JCPOA) 공동 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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